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나리오를 20일 공개했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시나리오는 모두 4가지로 기존에 쟁점으로 제시한 학생부ㆍ수능 비율과 수능 평가방식,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을 조합한 것이다. 이 4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국민을 대표하는 400명의 시민참여단이 토론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는데, 결국 4지선다형 설문에 부치는 형식이 됐다. 대학입시의 큰 방향보다 기술적인 쟁점들을 놓고 시나리오를 짜맞춘 것인데 입시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시 주요 현안을 공론화로 결정한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보면 공론화를 거치지 않아도 예측이 가능한 내용이다. 1안은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고, 나머지 안은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정전형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어떤 경우든 수능전형(정시모집) 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수능 평가방식도 2안은 절대평가 전환이지만 나머지 안은 상대평가 유지 내용을 담고 있다. 시나리오 워크숍에서 상대평가 필요성의 목소리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8월 발표될 최종안에 ‘수능비율 확대와 상대평가 유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는 각각의 교육철학이나 비전이 분명하지 않다. 1안의 ‘수능비율 45%’의 근거도 알 수가 없다. ‘4지선다 시민토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4가지 경우의 수가 국민의 뜻을 얼마나 대변할지 의문이다. 공론화위가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결론 도출 과정에서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미지수다. 이 과정에서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각할수록, 따져볼수록, 대입제도 개편안을 공론조사로 정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찬반만 정하면 되는게 아니라 경우의 수가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이를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부 시나리오는 현행 대입제도와 큰 차이가 없거나 지난해 유예됐던 수능 개편방향과 사실상 같은 안이라 공론화가 큰 소득 없이 끝날 것이란 지적이다. 대입개편이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 특위→공론화위→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도 현행 입시제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결국 ‘개편 없는 개편’에 시간 낭비한 꼴이 될 수 있다. 교육 핵심 현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겠으나 이번 대입제도 개편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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