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단 한구만의 유해라도 나오길..." 파주 박달산 유해발굴작전현장을 가다

▲ 22일 파주시 광탄면 박달산에서 국군 장병들이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 6.25전쟁 68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9보병사단 101부대 장병들이 지난 22일 파주 광탄면 박달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12만여 위의 호국용사 유해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채 땅속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태형기자

6ㆍ25전쟁 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파주 박달산 해발 270m 고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1시간가량 걸어 도착한 6ㆍ25전쟁 관련 유해발굴작전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외침이 메아리쳤다.

 

“유해로 추정되는 조각이 발견됐습니다!” 이윽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전문요원이 현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조심스럽게 흙을 털어낸 뒤 유심히 조각을 살펴보던 전문요원의 입에서는 아쉬움에 가득 찬 탄식이 터져 나왔다. 뼛조각을 닮은 나뭇가지였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장병들은 다시 유해발굴 장비를 꼭 쥐고서 발굴 작전을 재개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속 장병 170명은 최근 남ㆍ북ㆍ미 간의 평화 기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해발굴작전에 비지땀을 흘렸다. 

▲ 22일 파주시 광탄면 박달산에서 국군 장병들이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 6.25전쟁 68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9보병사단 101부대 장병들이 지난 22일 파주 광탄면 박달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12만여 위의 호국용사 유해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채 땅속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태형기자

이날 작전은 인근 주민의 제보로 시작됐다. 6ㆍ25전쟁이 끝난 당시 15세이던 제보자가 벌목을 하러 박달산 능선을 찾았다가 유해 3구를 자주 목격했다는 증언을 했다. 호국영령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제보를 받은 군 부대는 지난달 28일부터 유해발굴작전을 시작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처럼 제보 등을 통해 한국전쟁 때 국군 전사자 등 유해 발굴을 전담하고 있다.

 

올해로 68주년을 맞는 6ㆍ25전쟁 기념일은 유해발굴감식단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전쟁의 아픔을 상징했던 6ㆍ25전쟁 기념일이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평화와 치유의 날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에 ‘신원이 확인된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포함한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합의문이 발표했다.

 

이번 주 내로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ㆍ북ㆍ미국 6ㆍ25 전사자 유족의 아픔도 치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1만여 위의 유해만 발굴된 상태다. 아직 12만여 위의 호국용사들이 수습되지 못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발굴된 1만여 위의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28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DNA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형민 유해발굴감식단 현장지휘관은 “최근 미군 유해 송환으로 국민적 관심이 유해발굴에 집중되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유해발굴은 증언과 제보, DNA 시료가 상당히 중요하다. 국방부나 인근 부대로 망설이지 말고 제보를 부탁드리고 유가족 확인을 위한 DNA 추출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파주 박달산 유해발굴작전에서는 탄띠, 소총탄, 칫솔, 단추 등 총 110점의 유품이 발견됐다. 이날 유해발굴작전현장에서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경기도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 등 약 2천 위의 유해가 발굴됐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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