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초의 시장 출신 도지사 이재명 시대 / ‘道-市郡’ 관계에 긍정적 요소 돼야

경기도의 이재명 시대가 곧 문을 연다. 무엇보다 이재명호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시장 출신 도지사다. 지금까지 민선 경기지사는 정치인 또는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전 지사가 국회의원 출신이었다. 임창열 전 지사는 경제부총리 출신이었다. 이재명 당선인만 다르다. 국회의원 출신도 아니고 고위 관료 출신도 아니다. 처음으로 경기도 내 시장 중에 탄생한 경기도지사다.

시장 군수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의 경기도정은 일선 시군과의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그 마찰의 상당수가 ‘정치적 접근’과 ‘행정적 접근’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정치 출신 도지사들이 예외 없이 대권(大權) 후보로 불렸다. 행정의 목표도 이런 정치적 구도에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일선 시장 군수들은 대민 접촉 행정을 펴야 했다. 실리와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의 제1 목표였다. 당연히 도정과 시군정에 괴리가 있었다.

이 당선인은 이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8년간의 성남시장을 통해 시군 행정의 정통했다. 남경필 도지사와는 도정 운영과 관련된 충돌을 수차례 빚었다. 그때마다 이 당선인은 ‘남경필 도정’의 허상을 깊이 있게 짚었다. 이제 그런 그가 도정 책임자가 됐다. 적어도 시군 행정이 원하는 도정의 역할만큼은 훤히 꿰뚫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많은 시장 군수 당선인들이 ‘이재명 경기도’에 기대를 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당선인이 시군 행정의 큰 줄기를 스스로 획정하고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시장 군수들의 반발 또는 부조화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 특히 이 당선인에게 학습되어진 성남시와 전혀 다른 시군의 경우 불안감이 있다. 인구 96만의 성남시 행정과 인구 7만의 과천시 행정은 다르고, 첨단 대도시 성남시 행정과 그린벨트 80% 하남시 행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려 있는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행정 외적 요인에 의한 충돌 가능성도 있다. 새로 출범할 민선 7기 시장 군수들 29명이 민주당이다. 재선ㆍ삼선 시장들은 모두 이 당선인과 같은 시장 시절을 공유했다. 시장 군수 조직의 구상이 이 당선인 심중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장 군수들의 반발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지역의 중량감 있는 시장들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서로 역지사지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 출신 이재명 도지사라서 시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많다. 그걸 듬뿍듬뿍 해주기 바란다. 시장 출신 이재명 도지사라서 시군과 삐걱거릴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런 건 통 크게 덮고 가기 바란다. 이것이 바로 첫 시장 출신 도지사 시대에 거는 도민의 전에 없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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