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기념일에 홀로 영업한 공군 골프장 / 위법이 아니더라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25일, 본보 취재팀이 도내 군 골프장을 둘러봤다. 6ㆍ25 전쟁 68주년 되는 날이다. 육군과 해군(해병대 포함) 골프장은 문을 닫았다. 6ㆍ25 기념일에 개장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문을 연 곳이 있었다. 공군 골프장과 국군복지단 골프장이다. 수원공군골프장, 성남공군골프장, 오산공군골프장이 모두 정원을 채워 운영됐다.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도내 골프장 4곳도 모두 만원을 기록했다.

군 골프장의 기본 운영 목표는 군 체력단련장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전역 군인과 가족, 그리고 민간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군인과 가족에게는 낮은 이용료를, 일반인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적용한다. 일반인의 이용이 많을수록 수익이 크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삼스레 제기할 비난거리도 아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6ㆍ25 기념일에 골프장 영업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6월25일에도 군 골프장을 개장해 달라는 민원요청이 많아 올해 처음으로 개장했다. 소음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연 것이다.”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개장 민원 요청이 많다는 건 특별한 조건이 될 수 없다. 육군과 해군 골프장 역시 같은 민원이 있지만 문을 닫았다. 비싼 이용료를 받으며 영업을 하는 것이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라는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억지스럽다.

특히 걱정되는 점은 올해 처음 개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닫았던 골프장을 올 6ㆍ25 기념일에 처음 열었다는 얘기다. 앞서 67년간의 6ㆍ25의 의미와 68년째 그것이 갑자기 달라지기라고 한 것인가. 이런 운영을 보고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혹시, 남북 관계 정상화로 긴장이 완화되니 골프장도 연다고 받아들이지 않겠나. 안 그래도 갈수록 퇴색하는 안보 의식에 군까지 나서 조장을 하는 결과를 낳을까 걱정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하루 개장이 벌어주는 현실적 수익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의도했건 안 했건 공군 골프장들은 이날 육군 해군 골프장이 못 번 돈을 번 것이다. 이걸 ‘주민들이 열어달라고 해서 마지못해 개장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남북 관계도 원만하고, 문 닫으라는 지시도 없고 하니 ‘경영적 판단’을 통해 개장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가까운 해석이다.

군의 획일적 입장이 필요해 보인다. 개장할 거면 다 하고, 닫을 거면 닫 닫는 게 적절해 보인다. 절대 다수 시민은 6ㆍ25 기념일 군 골프장 개장을 좋게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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