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드컵 대표팀에 비난·악플보다 응원을 보내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2연패 한 한국 대표팀에게 비난과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장현수ㆍ김민우 선수와 신태용 감독에 대한 도 넘은 비난과 조롱의 글들이 도배돼 있다. 말도 안 되는 억측성 청원도 넘친다.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 리그 2차전이 치러진 지난 24일 새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대표팀 수비수 장현수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 중 장현수가 태클을 시도하다 공이 손에 닿자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장현수를 국외 추방하라’ ‘장현수의 문신한 팔을 제거해달라’ ‘장현수 태형을 건의한다’ ‘장현수 가족까지 추방해 달라’는 극단적인 내용의 청원이 150여건 올라왔다.

지난 18일 한국과 스웨덴전에서 1:0으로 패한 직후에도 청원 게시판은 시끄러웠다. 페널티킥을 내준 김민우와 관련,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민우 선수에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십시오’ ‘김민우를 현역으로 전환해주세요’ 등 황당한 글이 올라왔다. 신태용 감독에 대해서도 ‘금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억측성 청원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선수에 대한 비난을 넘어 가족에까지 악플로 상처를 줬다. 골키퍼 조현우의 아내가 SNS를 통해 영상편지를 남기자 아내의 외모를 비난하고 아이에 대해 좋지 않은 댓글을 남겼다. 조현우 아내는 SNS 계정을 폐쇄했다.

스웨덴과 관련해선 게시판에 ‘스웨덴과 전쟁을 청원한다’ 등 황당한 청원이 1천여 건 올라왔다. 한국 대표팀에 페널티킥을 선언한 경기 주심 호엘 아길라르에 대해 ‘아길라르를 사형해 달라’ ‘스웨덴으로부터 돈을 먹었는지 계좌 추적하라’는 욕설 섞인 글도 게재됐다. 불똥은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IKEA)로 튀어 ‘더러운 기업 이케아 세무조사를 요청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황당하고 억지스런 청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화풀이 공간이 돼버렸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평소보다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도중 실수한 선수들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비난과 악플을 퍼붓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월드컵이 선수들에게 유난히 상처를 주고 질 낮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장으로 전락해 안타깝다.

과도한 비난은 FIFA 랭킹 1위인 독일과 결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마저 추락시킨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승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각 국의 전략ㆍ전술과 개인기 등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최후의 결전을 앞둔 오늘, 우리 대표팀에게 비난이 아닌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자. 지금은 선수들이 기죽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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