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스타벅스의 슐츠회장은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분열’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필라델피아 스타벅스에서 흑인 2명이 체포되어 인종차별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내 전 점포를 하루 문을 닫게 하고 직원 교육을 실시했는데 그는 이것을 ‘인종차별=미국분열’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차별적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 기인하는 것으로 돌렸다.
미국의 분열을 우려하는 것은 슐츠회장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대통령 때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지난 3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분열된 국가’라고 규정짓고 미국인 스스로 ‘계급에 갇힌 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인물이 이토록 뼈아프게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이 이렇게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계급에 갇힌 죄수’라고 생각했는가?
라이스 전 장관은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지적하고 있다. 임대주택에 살고,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어깨가 늘어져도 ‘꿈’이 있어야 그 사회가 통합되고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
그러나 미국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스럽기까지 한 분열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분열이 심각한 것은 네 편, 내 편 갈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고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살기(殺氣)어린 싸움으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 줬듯이 선거운동은 그야 말로 ‘캠페인’이아니라 피가 나도록 상대를 물어뜯는 싸움이었고 정당과 후보자들은 경찰과 검찰에 고소장 들고 다니느라 바쁜 ‘고소 고발전’이었다. 반드시 상대를 감옥에 보내야 내가 산다는 오기(傲氣)가 충천했다.
심지어 ‘△△괴멸론’ ‘○○괴멸론’과 같은 섬뜩한 용어들이 정치권에 등장하기도 했다. 관용과 포용으로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괴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에는 한국인의 장점이면서 단점인 ‘이념주의’가 깔려 있다.
정치권만 아니라 교육에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갈라져 ‘중도’는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법조계에까지 분열의 편가르기가 점점 그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법조인들은 얼마나 의식하고 있을까? 법조인들이 법의 정신보다 이념을 더 높은 가치로 받들 때 사법부를 보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종교계는 어떤가? 역시 이념의 분열이다. 순수한 신앙의 목자는 뒷전이고 집회에 쫓아다니며 마이크 잡기에 바쁜 성직자가 많은 것이다.
연예인도 갈라지고 예술, 문학 등등 갈라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는 왕실의 대비가 죽었을 때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 9개월 입느냐 하는 오죽잖은 복식 문제로 사생결단 싸움을 걸고, 마침내 패자에게 사약이 내려지거나, 귀양살이로 내몰던 사색당쟁의 DNA가 지금껏 이어져 오는 것이다.
지금 이 땅을 뒤덮고 있는 유령 같은 분열의 먹구름. 여기에서 미국의 링컨대통령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노예를 해방하지 않고도 연방이 유지 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노예해방 보다 미국의‘통합’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이다. 정말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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