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엔 “안전한 나라 꼭 만들겠다”
유가족 만나 TF팀 적극 지원 약속
4일 오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ㆍ16 기억교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윗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지사 정면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4년 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이름으로 가사 말을 만든 추모가였다. 이 지사의 눈동자는 화면 속 아이들의 유품과 사진으로 향했다. 희생자의 이름 말고 어떠한 단어도 노래 속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70㎡ 남짓한 작은 공간 내 이 지사와 20여 명의 관계자는 끓어오르는 슬픔을 억누르고 화면을 응시했다.
이날 이 지사는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라는 의지를 담아 기억교실을 방문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 이번 일정은 지난 2일 취임식 후 첫 일정으로 준비됐으나 당일 태풍으로 취임식 자체가 취소되면서 이날 다시 마련됐다.
이 지사는 추모가 영상 시청 후 1~2층의 기억교실을 둘러봤다. 한 교실에 걸려 있던 달력은 세월 속에서 색깔이 누렇게 바랬다. 그러나 수학여행 후 아이들의 연말 계획이 빼곡히 적힌 12월 페이지의 글씨는 선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단원고 2학년 7반의 모습으로 복원된 교실에서 이 지사는 한 희생자 학생의 방명록에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국가의 의무인데 지켜주지 못했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꼭 만들겠다”며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 지사는 안산 단원구청 인근에 마련된 ㈔4ㆍ16 가족협의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안산시가 주도하는 세월호 TF에 대해 도 차원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또 화랑유원지 내 4ㆍ16 생명안전공원과 관련된 갈등의 해소도 강조했다. 아울러 유족 측이 제안한 ‘대부도 내 세월호 유품 전시관 계획’도 귀담아들었다.
전명선 ㈔4ㆍ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이 지사가)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세월호 가족들이 사회에 완전히 복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안산시와 함께 세월호로 인한 아픔과 갈등이 없게 노력할 것”이라며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4ㆍ16 기억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1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칸, 교무실 1칸을 구현한 것이다. 단원고에 보존된 책상, 의자, 추모 물품과 개인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옮겨 2016년 10월 일반에 공개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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