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학현천 농지 연결 다리 사유지로 통행제한·철거 통보
주민 “아예 농지로 진입 못해” 반발… 市 “안전우려 불가피”
5일 의왕시 학의동의 학현천 인근 농지에서 만난 A씨(76)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농지로 향하는 임시 다리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담은 계고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다리는 농사를 짓는 학의동 주민들이 하천 너머의 농지로 이동하고자 지난 13일 직접 설치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농작물을 파종하고자 종자를 가득 실은 경운기가 약 4m 길이의 다리를 수차례 오갔다. 공사업체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다리와 도로를 잇는 콘크리트 부분이 울퉁불퉁해 어설픈 모양의 임시 다리였지만, 경운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도 흔들리지 않는 등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경운기뿐 아니라 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은 채 호미, 낫 등의 농기구를 들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주민들이 이용하는 다리가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오죽하면 불법으로 임시 다리까지 만들어 이용하겠느냐며, 다리를 설치하기 전 시에 10여 건의 진정서를 보내는 등 노력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예산 부족’이라는 답변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리가 설치된 뒤 임시 사용 허가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제기한 민원도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임시 다리에만 매달리게 된 것은 기존에 농지로 가고자 이용하던 길의 땅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천을 따라 농지까지 연결된 길이 있었으나 최근 해당 길이 포함된 땅을 사들인 토지주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주민 통행을 제한했다. 이에 주민들은 원래 쓰던 길은 막히고, 임시로 설치한 다리마저 철거돼 아예 농지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A씨는 “합법적으로 학현천을 건너는 다리를 설치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주민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리를 만들어줄 것도 아니면서 이미 설치된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것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설치된 임시 다리는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가설 구조물이기 때문에 철거를 피할 순 없다”며 “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도로 관련 부서와 향후 대책을 신중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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