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은행 정기예금 증가 규모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월 말 기준 656조 5천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17조 4천699억 원)보다 39조 433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1∼5월 누적 기준으로는 2010년(69조 174억 원)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올해 5월까지 증가액만으로 작년(30조 4천933억 원)은 물론 재작년(17조 4천224억 원) 연간 증가액을 훌쩍 넘어섰다.
정기예금 금리가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예금액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경기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시중의 뭉칫돈이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고 주식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면 가계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한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산을 몰아두려 한다.
불확실성 확대는 기업들에도 은행 정기예금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조달했으나 미래가 불투명해 선뜻 투자하지 못한 경우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게 된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회사채는 2016년 6조 7천억 원 순상환(발행<상환), 2017년 3조 5천억 원 순 상환했으나 올해 들어선 1∼6월 4조 6천억 원 순발행(상환<발행)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7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산정기준이 강화된 것도 예금액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LCR는 향후 30일간 순 유출할 수 있는 현금 대비 고(高) 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에 유동성 위기 발생 후 30일간 이를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이 비율을 강화해오고 있다. 은행들도 이에 대비해 예금 등을 조달해 채권 등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충 중이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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