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情… 상인들 “친절·추억을 팝니다”
정육점에는 복달임 준비로 생닭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골목 여기저기에서 김 굽는 냄새, 닭 튀기는 냄새, 참기름 냄새 등이 솔솔 풍겨 나왔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상인들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손님에게 부채질을 해주며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유동인구 2만여 명의 안양 최대 시장
1961년 283개의 점포로 시작된 안양중앙시장(안양시 만안구 냉천로 196)은 하루 유동인구가 2만여 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안양의 중심상업지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429개의 점포와 290개의 노점이 자리잡아 도소매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야채·과일·건어물 등 식품관련 업종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의류, 생활잡화 등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안양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안양1번가와 인접해 주위의 대형상권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때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이 주변에 들어오며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앙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양에 사는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중앙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오랫동안 두텁게 쌓아온 신뢰와 정 때문이라고 이곳 상인들과 고객들은 입을 모은다.
안양중앙시장은 2000년대 초반 시설재정비에 나서 중앙시장 1로와 본동길 및 포목로 등 3개소에 걸쳐 총면적 4천192㎡, 길이 460m에 이르는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또 현재 마련돼 있는 공영주차장 외에 주차공간을 늘리기 위해 인근 삼덕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 안양시는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을 통해 78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으며, 경기도비와 시비 52억 원을 합친 총 130억 원을 투자해 올해 말까지 지하 2층 규모로 211면의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고객 편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중앙시장은 시장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이 시장 성공 여부의 열쇠라 생각하고 전문강사를 초빙한 상인친절교육과 위탁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상인대학원 CEO 과정을 진행, 대학교수와 서비스 강사 등을 초빙해 매장 디스플레이나 친절 교육, 시장 발전 방안에 대한 상담 등이 이뤄졌다.
고객문화센터도 중앙시장의 자랑거리다. 지난 2009년 부족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센터에는 고객휴게실, 수유실, 컴퓨터실, 현금지급기, 고객불만센터 등을 설치했으며 노래교실, 사교댄스, 생활체조 등 문화교실도 개최하고 있다.
중앙시장은 올해 ‘안양의 생활중심 거점시장’을 키워드로 특성화 사업을 준비 중이다. ▲결제 편의 ▲고객 신뢰 ▲위생 청결 등 3대 서비스 혁신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 극대화, 시장환경 개선, 청결관리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인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마케팅기법 등을 교육하고 상인 건강체조 활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구예리기자
“즐거운 마음으로 장사하면 자연스레 고객 발길”
“상인이 행복한 시장이 돼야 고객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이호영 안양중앙시장 상인회장(60)은 상인회 임원들과 올 추석 대비 마케팅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25년 전부터 시장에서 ‘신화수산’을 운영하며 시장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이 회장은 자신의 삶의 터전인 이곳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회장직에 도전했다.
이 회장은 “시장은 구조적으로 백화점과 달라 모든 사업체가 개별 운영되고 모두가 사장”이라며 “그래서 전체를 아우르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럼에도 시장은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지원을 계기로 쇼핑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고객이 물건을 안 사고 돌아서면 등 뒤에 대고 ‘재수 없다, 소금 뿌리라’고 할 정도이던 상인들의 의식수준도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시장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무엇보다 상인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상인들이 고령화된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대부분 젊어서부터 고생고생하며 장사하고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자기 몸은 돌보지 않은 탓”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이 회장은 운동을 비롯해 서예, 웃음치료,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상인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 회장은 “오로지 돈 버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장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곧 고객 친절로 이어지게 돼 있고 시장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양중앙시장의 명물 순대곱창골목
30여 개의 순대곱창집이 모여 있는 곱창골목은 3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천막 형태로 이뤄져 있던 천장을 아케이드로 교체하고 하수관과 바닥도 정비해 손님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식당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메뉴는 오직 순대곱창볶음 한 가지다. 가격도 1인분에 7천 원으로 모든 가게가 동일하다. 그래도 집집마다 고유의 맛이 있어 비교해 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준씨(58)는 “모두 양념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맛에도 차이가 있다”며 “전통이 있는 만큼 학생 때 추억을 되새기려 오는 손님, 지방으로 시집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 등 오래된 단골들이 많다”고 말했다.
순대와 돼지곱창, 당면, 양배추, 부추, 깻잎 등을 빨간 양념장에 달달 볶아 내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순대곱창볶음이 된다. 마지막에 볶음밥은 빼먹으면 서운한 필수 코스다. 전국에서 찾는 손님이 많다 보니 최근에는 포장택배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번 찾으면 단골되는 떡볶이골목
시장의 가장 큰길 초입부터 이어진 중앙노점에는 분식 가판대들이 10여개 늘어서 있는데 자칭 ‘떡볶이 골목’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도 역시 메뉴와 가격이 대부분 동일하다. 떡볶이와 순대는 1인분에 3천 원씩, 어묵은 1천 원, 김밥은 한줄에 1천500원이다. 검붉은 빛깔의 떡볶이 양념은 보는 순간 식욕을 자극한다. 큼지막하고 쫄깃한 쌀떡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한번 맛보면 주기적으로 생각나 꼭 다시 찾아오게 된다. 덕분에 안양지역 뿐 아니라 서울, 인천 등 멀리서도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다.
40여년 전 가장 먼저 이곳에 자리잡은 최정숙 할머니(75)는 ‘퍼주는 할머니’로 유명하다. 손님에게 양을 듬뿍 주는 것은 물론 지나가는 노숙자들에게도 따뜻한 국물을 내어주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다. 최 할머니는 “하루에 한번씩 방앗간에서 떡을 뽑아오고 최고로 좋은 고춧가루를 쓴다”면서 “특별한 맛을 내는 비법이 또 있지만 아무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다”며 웃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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