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튜어드십 코드’란 말이 유행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대한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이다.
기관투자자가 자금 위탁자의 집사(steward)처럼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7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공무원연금도 내년에 도입한다고 따라나섰다.
찬성하는 입장은 635조 원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회사의 의결권 행사에 적극 참여해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정부의 의도가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급기야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의 기업 지배로 이어져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0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며 지분 5% 이상 보유한 종목도 299개다.
정부의 뜻이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된다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없어지게 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26일 확정한다. 핵심 내용은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이 위원회에서 중요 의결권, 주주 활동 이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설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보듯이 결론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재판이다. 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핵심인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의결권 직접행사에 따른 정치적 논란과 오해를 피하고 문제 있는 기업을 견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20여 개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국가 연기금이 자국 기업 주식 투자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펀드는 운용자산이 1천475조 원에 이른다. 우리의 2.5배다. 그들은 법률상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고 펀드 내 주식에 대한 의결권과 자산 운용 모두 외부 위탁 자산운용사가 행사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의결권을 위임하면 운용사들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최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수십 년 뒤 노후에 쓸 돈을 굴리는 곳이므로 가장 장기적으로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1년째 후임을 찾지 못하는 기금운용 본부장도 정치적 고려를 넘어 빨리 적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능력자는 분명히 있다. 2천200만 명에 달하는 연금 가입자들의 귀한 돈이 함부로 쓰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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