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회견 직접 열고 공개 사과
“市가 축소하고 은폐했다. 잘못했다”
합리적 평택시정에의 시민 기대감 줘
정장선 평택시장이 시민에 사과했다. 일부 지역의 수돗물 단수와 관련해서다. 그는 “축소 은폐 사실이 확인됐다”며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잘못한 부분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했다. “담당자들이 보고 과정에서 사실을 은폐하고 물 부족 사태를 예견하고도 물 공급을 연명하고 돌려막기 식으로 해온 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축소 은폐에 대한 감사를 벌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발단이 된 수돗물 단수 사태는 폭염이 한창이던 18~19일 발생했다. 청북ㆍ안중ㆍ포승 등 평택 서부 지역 3개 읍이 피해지역이다. 이번 단수로 1만1천450가구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사고 원인을 두고 평택시와 수자원 공사는 서로 네 탓 공방만 했다. 시는 ‘수자원 공사가 물 공급량을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했고, 수자원공사는 ‘평택시가 가압장 운영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정 시장의 사과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긴급 기자회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첫 회견이 사과회견이 된 셈이다.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공보실의 입을 빌려 사과할 수도 있었고, 간부회의 발언 형식으로 사과할 수도 있었고, 입장문 발표 형식으로 사과할 수도 있었다. 많은 지자체가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 시장은 달랐다. 직접 시민 앞에 섰고 모든 걸 밝히고 사과했다.
사과 회견 한번이 뭐 대단하냐고 여길 수도 있다. 지자체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절차라고 볼 수도 있다. 맞는 소리다. 그런데 우리 주변이 그렇지 않다. 그 당연한 절차에 인색한 정치ㆍ행정가들 투성이다. 명백히 드러난 책임도 잡아떼는 시장들이 숱하다. 사과할 발표는 공보실에 맡기고, 자신들은 폼 나는 회견만 하려 든다. 누구라도 딱히 지목할 필요도 없다. 여기저기서 발에 치이는 흔한 모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인사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눈에 띄고 달라 보인 것이다.
정장선 시장은 의원 시절 대표적인 합리주의자로 통했다. 이념에 매몰된 정치판에서도 실리와 상식을 늘 강조했다. 난장판 파벌 싸움 와중엔 스스로 정계를 떠나기도 했었다. 이번 사과를 보면서 과거의 모습이 평택 행정에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건 누구에게나 고역이다. 그런 사과 회견을 두 번 세 번 하길 원하는 시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통렬한 반성 행정’이 ‘올바른 성공 행정’의 출발인 이유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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