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기·냉방 팬 가동에도 역부족 울며 겨자 먹기로 조기 출하 증가
육계농가 “40년만 폭염 폐사 최악”
30일 오전 10시 안성 보개면 적가리의 육계농가인 만우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이만우씨(66)는 몸을 웅크린 채 꿈쩍도 않는 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매일 닭 100~300마리씩 폐사하고 있는 데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입니다”며 호소했다.
2천975㎡(900평) 규모의 사육장 2동에서 외부로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환풍기 14대와 내부 냉방 팬 10대도 쉼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장내에서는 여지없이 폐사된 닭이 발견됐다. 사육장을 돌던 이씨가 몸을 잔뜩 웅크린 닭에 손을 대자 힘없이 옆으로 쓰러진다.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닭의 체온이 섭씨 40도에 이르렀다.
육계 6만 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에서 불볕더위 탓에 폐사된 닭만 1만 2천여 마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씨는 기존 출하보다 약 10일 정도 빠른 지난 26일 2만 1천600마리를 먼저 판매하기도 했다. 증체가 덜 돼 매출이 줄더라도 서둘러 판매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이씨는 “보험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수익의 절반 정도다. ㎏당 약 1천900원에 달하는 육계를 보통 1.3㎏까지 만들어 출하시키고 있지만, 불볕더위로 폐사시키느니 900g 정도라도 서둘러 팔고 있다”면서 “특히 닭이 폐사되면 파리가 꼬이고, 사육장에 악취와 병균까지 퍼져 감당이 안 돼 폐사된 닭을 냉동고에 쌓아두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이어 그는 “40여 년 동안 닭을 길러왔지만 올해 처럼 된더위로 자식 같은 닭을 속수무책으로 잃기는 처음”이라며 “환풍기 가동만으로는 폐사를 막는데 한계가 있어 에어컨을 설치할까 고민하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찜통더위로 폐사된 닭은 안성을 포함해 도내 80 농가, 22만 2천900마리(24일 기준)에 달했다. 닭뿐만 아니라 돼지는 555마리(49 농가), 메추리 1만 마리(2 농가) 등 가축 폐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록적인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의왕(오전동)과 서울에서 기록한 38.6도가 전국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성은 37도(체감온도 38.6도)에 달할 정도로 무더웠다. 특히 다음 달 2~9일까지 중기예보에서도 서울ㆍ인천ㆍ경기의 최고 기온이 35~37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4∼7도 높은 35도 내외로 올라 무더위가 이어지고 밤사이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온열 질환을 겪지 않고 농·수·축산물 피해가 없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6ㆍ27일 이틀 동안 용인ㆍ이천 등 도내 6 농가를 대상으로 고온기 가축피해예방과 축산환경관리 합동 현장기술지원에 나섰으며, 내달 7~8일 가평ㆍ포천 등 양돈 및 젖소 농가에 시설점검과 환경관리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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