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슭’은 도시락의 옛말이다. “낫 갈아 허리에 차고 도끼 버려 두러매고 … (중략)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 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닢담배 퓌여 물고 코노래 조오다가”. 농부의 하루 일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시조에 ‘도슭’이 나온다. 일 마친 농부가 샘을 찾아 점심 도시락 다 비우고 잎담배 물고 콧노래 부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조선 영조 4년, 1728년에 나온 ‘청구영언’ 시조집에 실려있다. 도시락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도시락은 ‘밥고리’라고도 불렸다.
▶도시락이란 용어는 1900년대 초에 나왔으나 일제강점기여서 ‘벤또’라는 일본어가 더 많이 쓰였다. 이후 벤또 대신 도시락이란 우리 말이 널리 사용됐고, 도시락 상자를 철제로 만들면서 대중화가 이뤄졌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먹던 도시락, 난로 위 도시락, 소풍날 김밥 도시락 등 중장년층이라면 도시락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상급식으로 학교에서 도시락 먹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도시락하면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이 생각난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본군이 천황 생일인 천장절(天長節)과 상하이 사변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를 여는 훙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물통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이 즉사하고 군 간부들이 중상을 입었다.
▶일본의 벤또 역사는 거의 900년에 이른다. 벤또는 피크닉 갈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식문화가 됐다. 도시락 전문점이 따로 있는가 하면 편의점 도시락, 기차역에서 파는 에키벤, 공항에서 파는 소라벤 등 도시락 종류도 다양한다. 벤또는 일본의 또 다른 음식문화로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도 도시락이 큰 인기다. 현대의 도시락은 주로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으로 판매된다. 보통 3천~6천 원정도 하는데 언제부턴가 바쁜 현대인의 1인 식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일일 평균 도시락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고, 시장 규모도 커져 지난해 기준 6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주머니가 가볍고 시간에 쫓기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1인가구 증가로 혼밥족의 이용률도 높다. 최근엔 백종원, 김혜자, 혜리 이름을 딴 ‘브랜드 도시락’이 나와 경쟁이 치열하다. 한우, 연어, 현미밥 등 재료도 고급화됐다. 어느새 우리도 도시락이 자연스러운 식문화가 됐다. 어찌 보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닌 듯싶다.
이용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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