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제9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내 GP(감시초소) 시범 철수, DMZ내 유해 공동발굴,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등에 대해 큰 틀에서 견해 일치를 봤다. 7월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4·27 판문점 선언’의 군사 분야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만남으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DMZ 평화지대화’에 공감대를 이뤘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만들기 등에 뜻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 5월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고, 지난 6월 제8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선 동·서해지구 군통신선 완전 복구에 합의했다.
이번 장성급 회담에선 이전에 다루지 못한 의제 가운데 JSA 비무장화, DMZ내 GP 시범 철수 등 4가지를 집중 논의한 것인데 DMZ내 감시초소의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는 것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핵심 의제라고 볼 수 있다. 남북은 감시초소의 장비와 병력을 시범 철수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DMZ가 평화지대로 변하고 이를 통해 우발적인 군사충돌 위험이 사라지게 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그런면에서 장성급 회담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이 얼마나 있을까, 100% 믿기엔 꺼림칙한 측면이 있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북한의 서해 미사일발사장 일부 폐쇄 같은 소식이 전해졌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긴 어렵다.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의 시도가 지난 수십 년간 여러차례 있었지만 북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로 공염불이 된 사례가 많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병력ㆍ화력을 줄이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9차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도 요구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남·북·미·중의 관련국 간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우리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순서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있나 싶다.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또 나왔다. 미국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물론, 비무장지대의 GP 철수 등을 서둘러선 안된다. 성급하지 않게,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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