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은 1993년으로 대북공작원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요원으로 북한 정부의 핵 개발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고 베이징으로 향한다. 경남 마산 출신의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그의 정체를 대통령과 최학성 안기부 해외실장(조진웅) 외엔 아무도 모르는 와중에 북측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리명운과 몇차례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신의를 쌓게 되지만 1997년 남측 대선이 진행되면서 양국 수뇌부 간 미묘한 대화가 오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액션과 긴장감 모두를 활용한 기존의 첩보 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은 인물들 간 대화를 바탕으로 한 심리전 위주로 흘러간다.
비단 심리전 외에도 스파이로서 집요하게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자신의 정체를 들킬세라 쫓기는 공작원의 애환 또한 그려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흑금성이었던 공작원 박채서씨는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나는데 성공했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으로 옷을 벗게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지난 2016년이 돼서야 출소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북 현대사의 중심에 선 그의 인생과 그 안에 담긴 긴장감, 애환 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영화를 제작한 윤종빈 감독은 지난 2005년 군대 부조리를 그려 낸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감독이자 이등병 배역을 맡아 화제가 된 인물로 <범죄와의 전쟁>(2011), <허삼관>(2014) 등 작품에 제작ㆍ참여해 유명세를 떨친 이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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