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집에서 종일 ‘에어컨ON’ 부담 주부들 시원한 쇼핑몰 찾아 시간보내기
더위 피해 커피점 찾는 손님들도 장사진 음료 1잔 시켜놓고 장시간 죽치기 일쑤
손님만 있고 매출은 그대로 업주들 울상
인천 서구의 한 대형 할인마트를 찾은 서모씨(34)는 요즘 매일같이 할인마트에 출근도장을 찍는다고 했다.
서씨는 “아이들이 방학을 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집 앞 마트에 오게 됐다”며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더운 곳에 둘 수도 없어 같이 나왔다”고 했다.
최근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과 커피서(커피숍+피서)족이 급증하고 있다.
2일 인천 남동구의 한 커피전문점에는 점심시간 이후부터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오후 4시 넘게까지 자리를 지키던 손님들은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더운 날씨를 피해 쇼핑몰과 커피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일부 ‘커피서족’ 들이 더위를 피해 몇시간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평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아침에 문을 열면 들어와서 커피 1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심지어 자리에 가방같은 것만 올려 놓고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와서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연수구의 커피점 사장 B씨 역시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까지 가족 5명이 와서는 주스 1잔을 시켜놓고 하루종일 앉아있기도 했다”며 “손님은 가득 들어차긴 하는데, 매출이 크게 늘진 않고 있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는 “일단 들어와서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아 정작 주문한 손님이 음식을 먹을 테이블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가 언성을 높이는 고객이 많고,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일선 매장들에서 폭염으로 인해 주문하지 않고 머물다가만 가는 손님이 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있긴 했지만 최근 더 극심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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