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잠 못이루는 ‘빛 공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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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못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같은 폭염엔 열대야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평소 불면증이 심한 사람도 있지만 너무 밝은 조명이 원인이기도 하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한 빛을 발하는 상업시설 조명과 옥외 조명이 편안한 휴식과 수면을 방해한다. ‘빛 공해’다.

 

빛 공해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빛 공해가 계속되면 식물은 밤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못하고, 야행성 동물의 경우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못해 결국 생태계가 교란된다. 인공조명 때문에 빛이 산란하면서 밤하늘이 밝아져 별이 보이지 않는 ‘스카이 글로(sky glow)’ 현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빛 공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두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크게 늘었다. 수면방해, 농작물 피해, 생활불편, 눈부심 등이 주요 민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 장애도 일으킨다. 빛 공해에 시달리는 사람은 비만과 불면증, 암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빛 공해 방지법’을 제정, 2013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심 부족 때문이다. 빛 공해 방지법은 각 지자체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빛 공해 지역에 개선명령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 법령에 따라 조례를 만들고 환경영향 평가·빛 공해 방지계획을 수립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토록 한 것인데 이행이 제대로 안 된다. 상업·관광산업 등 지역개발 시책과 충돌되는 부분도 있어 법 적용에 미온적이다. 법은 무용지물이고,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경기도가 각종 인공 빛으로 인한 공해를 2022년까지 20% 줄이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기도 빛 공해 방지계획(2018∼2022년)’이 최근 공고됐다. 2015년 도내 539개 표준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용도 지역별 빛 밝기 기준 초과율은 녹지지역이 69%, 주거지역 40%, 상업지역 32%, 공업지역 21%였다. 도는 이를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줄여 녹지지역 55%, 주거지역 32%, 상업지역 26%, 공업지역 17%로 감소시킬 계획이다. 경기도의 빛 공해 방지계획이 실효성있게 추진돼 사람도 살고 생태계도 지킬 수 있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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