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전에 중국 도박꾼들은 당연히 독일이 이기는 것으로 돈을 걸었다. 한국은 스웨덴에 1대0으로, 멕시코에 2대1로 패하고서 치르는 세계 최강 독일전이니 도박꾼들은 그럴 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 승리에 돈을 많이 걸었던 중국 도박꾼들 중에는 너무 큰 충격에 자살을 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이것이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의식이다.
이와 같은 의식은 아주 멀리 한(漢)나라 때부터 연유하고 있는데 중국 동북부에 있는 조선을 ‘동이’(東夷), 즉 ‘동쪽의 오랑캐’라 지칭한 것이 그런 것이다. 그들 ‘한’(漢)족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것이 본능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그런데 그들이 우리를 무시하려는 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못해서라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서울 8학군의 A학교에 시골에서 B학생이 전학을 왔다. 키도 작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는데 공부는 물론 창의력도 그들보다 뛰어났다. 그러자 기존 학생들은 그를 깔보고 무시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두려워했다. 거대한 중국이 동쪽 조그만 나라 한국을 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
축구만 해도 1978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은 동쪽의 작은 나라 한국과 27번 경기를 했는데 한 번도 이겨보질 못했다. 16번 패배했고 11번 무승부, 그러다 2010년 2월10일 일본 도쿄에서 있은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이겼다. 딱 한 번. 그 원인 중 우리 대표팀 감독의 잘못된 선수 기용이 한몫했다.
13억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고 그래서 생겨난 말이 ‘공한증’(恐韓症), 즉 한국을 무서워한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은 축구부흥 프로젝트를 시진핑 국가주석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한 번도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일이 없는 그들의 꿈은 ①월드컵에 나가고 ②월드컵에서 이기고 ③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이며 이것을 그들의 소위 ‘대륙굴기’(大陸起)라는 국가비전에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공한증’을 극복하여 한국을 이기겠다는 것이 깔려있다. 사실 지금 중국의 축구실력은 개인기에서부터 기습작전에 이르기까지 매우 큰 발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축구만 무서워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볼펜이 중국 문방구를 휩쓸고 우리의 TV, 전자제품, 자동차, 반도체가 그들 시장에 우뚝 서는 것이 축구만큼 미웠던 것이다. ‘어떻게 그 동쪽 끝 조그만 나라에서…’ 하는 마음이 그들의 본색이다.
한국에 관광객을 보냈다 말다하고, 삼성을 비롯 한국의 대기업 광고판을 거리에서 까닭없이 철거케 하고 세계 1위 한국의 반도체 시장을 따라잡겠다고 총력을 기울여 투자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미국과의 경제전쟁이라고 하지만 우선 한국을 앞서야 한다는 ‘공한증’ 극복이 그들 ‘굴기’(起)의 첫 목표다.
필요에 따라 북한이라는 카드도 한반도를 자기 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김정은을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 참으로 교활해 보인다. 북한도 중국만 바라보고 동해안 관광개발 등, 경제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간 또 어느 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중국의 ‘굴기’를 그냥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오만한 벽을 비집고 들어가 우리의 영역을 굳건히 만들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사드’ 문제로 고전을 하고 있는 모 회장을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시장의 20배가 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힘들어도 참고 견디어 나가야 합니다. 그들의 도움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터득해야 합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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