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신의 청나라 여행기
조선은 1년 내내 크고 작은 사유로 중국의 명청에 사신을 보냈다. 그중 정조사(정월에 황제를 알현하는 사행)·동지사(동짓달에 황제를 알현하는 사행)·성절사(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행)가 삼절(三節)이라고 불리우는 정기적인 사행이었고 그 외에는 사은사 등 별도의 임시사절이 있었다. 이는 조선과 중국의 관계에서 가장 의례적이면서도 중요한 외교활동으로 이에 참여한 조선시대 관료들은 중대한 임무를 갖고 북경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회동관에 머물며 명청의 관료 및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문화적 사절의 역할 또한 병행하기도 했다.
조선 숙종대의 문신 조영복은 정사 조도빈, 서장관 신절과 함께 동지사의 부사로서 북경에 다녀왔다. 경기도박물관에는 조영복이 1719년 11월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 5개월 가량 청나라 북경을 다녀오면서 그 여행과정을 기록한 <연행일록>과 떠나기 앞서 당시 조정의 대신들과 동료들로부터 받은 송별시문을 모은 별장첩, 그리고 당대에 그가 명현들로 받은 간찰들이 함께 소장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경기도유형문화재 134호로 일괄지정 되어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손쉽게 간직할 수 있다.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혹은 제삼자가 그 기억을 엿보고 싶을 때 사진을 꺼내보며 비교적 원형 그대로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훨씬 오래 전의 과거는 문자로 기록된 것만을 통하여 그 순간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대신 실제와 꼭 들어맞지 않더라도, 그 기록을 읽음으로써 과거의 그 장면을 무한히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만큼은 그때 그 순간을 기록한 화자가 되어 경험할 수 없는 과거를 여행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태란 경기도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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