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대규모 투자·고용, 경제살리기 마중물 돼야

삼성이 8일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역량과 스타트업 지원 경험 등을 활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한편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상생협력 방안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ㆍ고용 계획으로, 신규 투자액 가운데 약 72%에 해당하는 130조원을 국내에 투입해 약 70만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를 노린다는 생각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것으로 ‘신성장 동력’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이번 투자·고용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이후 나온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대기업 현장 방문’의 5번째 성과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투자 구걸’, ‘기업 팔 비틀기’ 등의 논란이 있긴 했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요 그룹은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침체된 경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신세계 등 5개 그룹이 잇따라 내놓은 투자는 단순 액수만으로 3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한해 국내총생산(약 1천800조원)의 20% 가까운 액수다.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고 투자 기간도 다르지만 엄청난 수치다. 투자와 연계된 고용 계획도 삼성의 향후 3년간 4만명을 비롯해 현대차 5년간 4만5천명, SK 3년간 2만8천명, LG 올해 1만명, 신세계 연간 1만명 등 적지 않다.

이들 5대 그룹은 약속이나 한 듯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방안도 일제히 내놨다. ‘재벌 개혁’과 ‘동반성장’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업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중견ㆍ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을 비롯한 5개 그룹의 투자와 고용은 경제활력을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대기업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에서 규제혁신 등으로 기업과 국가 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길은 규제혁신 밖에 없다. 재계에서 체감할 정도의 규제혁신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도 강조했듯 규제혁신의 생명은 속도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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