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들녘마다 수확량 감소 발동동
농민 “폭염 계속땐 가을농사도 피해”
내달 추석 물가 걱정, 서민들도 시름
8일 화성시 서신면에서 1만 3천223㎡ 규모의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섭씨 40도에 이르는 가마솥 무더위로 인해 과수 농사를 망쳤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봤다.
A씨는 “50여 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은 폭염은 처음”이라며 “한 달여 정도 계속되는 고온으로 포도 성장이 멈춰 품질은 예년보다 30%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이어 A씨는 “물을 대려 해도 인근 수로도 모두 말라버린데다 지하수도 수심이 낮아져 매일 탱크로리에 물을 실어와 (나무에) 뿌려주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극심한 가뭄 난을 호소했다.
인근 1만 9천834㎡ 규모의 사과농장은 사과 봉지작업을 하지 않은 채 뜨거운 직사광선에 노출돼 썩어들어가거나 착색불량에 성장까지 멈췄다. 이곳 농장주는 물 부족 해결을 위해 현재 경기도에 살수를 요청한 상황이다.
용인시 포곡읍 소재 1만 6천528㎡규모의 오미자 농장주 B씨도 불볕더위에 뒤따른 가뭄으로 수확량 감소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B씨는 “관수를 통해 오미자 밭에 물을 대지만 열매에 물이 닿지 않고 위에서 잎이 타들어가고 있다. 열매가 익는 속도도 빨라 색이 울긋불긋해지고 상태가 좋지 않다”며 “지난해는 가뭄 끝에 비가 많이 왔지만, 올해는 비가 전혀 안 와 1t에 달하던 수확량이 600~70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지난 7월 중순께부터 시작된 폭염이 해갈되려면 50㎜ 이상 비가 내려야 하지만 한두 차례 국지성 소나기 예보만 있을 뿐이다.
현재 도내 전 지역의 토양유효수분율은 15~45%로 밭 가뭄 ‘주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결국,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과수 등 작물 피해는 더욱 심각해져 내달 추석절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예상돼 벌써 서민 장바구니 물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ㆍ경기지역의 강수량은 2.4㎜로 평년 77.8㎜의 2.8%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저수율도 예년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달 30일 기준 도내 339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67.5%로 전주(75.1%), 전년(72.6%), 평년(75.5%)보다 낮은 상황이다.
김윤배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장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폭염 탓에 밭작물을 중심으로 가을 가뭄에 대한 도내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가을철에 심는 김장용 채소와 배추의 경우 폭염이 장기화되면 올 농사는 흉년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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