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컵 금지 ‘공염불’… 플라스틱컵 대신 종이컵 ‘꼼수’

시행 2주 ‘커피전문점’ 점검 결과 손님·종업원 머그컵 기피 여전
규제대상서 빠진 ‘종이컵’ 사용 1회용품 줄이기 여전히 겉돌아

▲ 커피전문점
▲ 지난 14일, 인천 남동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겠다고 하자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했다.

정부가 1회용품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커피전문점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커피전문점들이 플라스틱컵 대신 1회용컵인 종이컵을 사용하는 등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달 1일부터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을 쓸 때 매장 규모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그러나 정책 시행 2주가 지나면서 매장별 각종 ‘꼼수’가 등장했다.

 

14일 남동구의 A 커피전문점. 오전 11시께 매장 내 4개 테이블 중 머그컵 등 다회용컵을 쓰는 테이블은 단 1곳에 불과했다. 한 테이블에는 플라스틱 컵이, 나머지 두 테이블 위에는 종이컵이 올려져 있다.

 

점심시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다회용컵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가 드러났다. 직원은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갈 것인지 여부를 묻고는 매장에서 먹겠다고 하는 손님에게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주겠다고 했다.

 

이 직원은 “머그컵을 사용하라고 권하곤 있지만, 점심때처럼 사람이 많이 몰릴 때 머그컵을 쓰면 설거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며 “종이컵은 정부 규제대상이 아니고, 손님들이 마시다가 들고나갈 수도 있어 종이컵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남구의 B 커피전문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점심시간 찾아온 직장인 손님이 “곧 나가봐야 한다”고 하자 플라스틱 컵 위에 종이컵을 끼워준 뒤 “매장 안에서는 빼지 말고, 나갈 때 빼고 나가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곳 직원은 “아무리 머그컵을 권해도 손님이 싫다고 하면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인근의 C 커피전문점에서는 “나갈 때 음료가 남아있으면 플라스틱컵에 바꿔주겠다”고 안내한 뒤 머그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커피전문점 사장은 “손님들은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하고, 우리는 정부 정책을 지켜야 하다 보니 나온 생각”이라며 “사실 일거리만 더 늘어나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종이컵 재활용률은 5~10%에 불과하고, 재활용을 위해선 각종 공정이 추가돼 사실상 쓰레기로 봐야 한다”며 “환경부가 1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이런 정책을 한 것인데, 오히려 장려하는 꼴이 됐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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