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생명 위협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 필요하다

한강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신곡수중보가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12일 보에 걸린 보트를 구조하러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면서 이 같은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환경단체는 해마다 반복되는 신곡보 주변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신곡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3일 논평을 내고 “그동안 환경 문제로 신곡수중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소방관 인명 사고를 보면 신곡수중보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신곡수중보는 구조물 특성상 강물이 고정보 위로 얕게 흘러넘어가 고정보 너머의 물살 세기를 판단하기 어렵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위험도도 달라진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단법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도 14일 성명서를 통해 신곡수중보의 즉각 철거를 주장했다. 협회는 “이번 보트전복 사고는 서울시의 자연을 거스른 나쁜 정책이 부른 인재”라면서 “신곡수중보를 제거해야만 한강과 생태환경이 살아나고 한강하구 인근 주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올림픽에 맞춰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설치된 길이 1천7m의 보(洑)다. 한강의 수위와 유량 조절, 퇴적 오염토 제거, 홍수 예방, 바닷물 유입 방지 등을 내세워 행주대교 하류 3㎞ 지점에 설치했다. 하지만 신곡보 상류 수위가 올라가 백사장과 습지가 사라졌고, 서식하는 동식물의 개체수가 줄면서 생태계가 파괴됐다. 신곡보는 한강 수질 악화와 녹조 발생의 주범이 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신곡보를 철거해 수질을 개선하고 백사장을 되살려 한강을 자연 생태 하천으로 되살리자는 운동을 벌여왔다.

신곡수중보에선 해마다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소방대원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근은 최근 3년간 선박 전복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은 위험 지역이다. 수중보를 기준으로 강 아래 바닥이 한강 상류 쪽은 높고 하류 쪽은 낮아, 강물의 낙차가 커 자주 와류가 발생해왔다. 그 이전에도 신곡보 부근에선 보트ㆍ요트가 전복되거나 보와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껏 위험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김포대교 교각에 붙어있는 위험 안내문이 전부였다.

신곡수중보는 한강하구 지역주민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신곡수중보를 지금 같은 형태대로 유지할 이유가 있는가 의문이다. 환경단체 주장대로 신곡수중보의 철거와 대안을 찾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초점을 맞춰 신곡수중보 철거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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