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발굴 용역 ‘의혹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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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기관의 주소지로 명시된 서울시 마포구의 한 건물. 해당 건물에는 A기관이 아닌 출판사 간판이 걸려있었다. 김승수기자

국가보훈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하겠다며 실시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포상 확대방안 연구 용역’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단체들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연구용역 입찰이 진행된 가운데 결국 입찰에 단 한 기관만 참가, 4천만 원 규모의 용역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용역을 수주한 기관은 독자적인 사무실은 물론 상주하는 근로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홈페이지 등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기관이 어떻게 연구용역에 참여해 수주해 갔는지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를 하면서 해당 연구용역을 직접 언급,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어 연구용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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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기관의 주소지로 명시된 서울시 마포구의 한 건물. 해당 건물에는 A기관이 아닌 출판사 간판이 걸려있었다. 김승수기자

19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A기관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포상 확대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독립운동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편견으로 여성은 독립운동의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많이 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됐다. 보훈처는 연구용역을 통해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광복 이전까지 국내외에서 활동한 여성운동가를 발굴, 그에 합당한 공훈을 추서한다는 계획이다.

 

4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연구용역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A기관을 통해 진행됐으며, 보훈처와 A기관은 지난 8일 서울에서 여성독립운동가발굴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구용역의 결과로 202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용역을 놓고 정작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단체들은 어떻게 용역이 진행된 것인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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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기관의 주소지로 명시된 서울시 마포구의 한 건물. 해당 건물에는 A기관이 아닌 출판사 간판이 걸려있었다. 김승수기자

줄곧 여성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B기관 관계자는 “보훈처와 지속적으로 여성독립운동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지만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한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해 황당했다”며 “연구용역을 진행한 A기관은 어떠한 곳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며 연구용역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 기관도 당연히 참가신청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을 해오고 있는 C기관 관계자 역시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한다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고 A기관 역시 전혀 알지 못하는 단체”라고 밝혔다.

 

실제 이번 연구용역 입찰과정을 확인한 결과, 보훈처는 연구용역입찰 공고를 지난해 12월8일 나라장터에 처음 개시했으며 10일 후인 18일부터 20일 오전 11시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는 A기관 한 곳만 참여해 결국 유찰됐다. 이후 보훈처는 유찰된 지 2일 후인 22일 2차 입찰을 개시, 5일 후인 27일부터 29일 오전 11시까지 입찰을 진행했다. 1차 당시 참여 기관이 부족해 유찰됐음에도 2차 입찰은 오히려 공고기간을 줄인 것이다. 더욱이 2차 입찰공고 기간에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평일은 단 3일에 불과했다. 결국 2차 입찰에도 A기관 만 참여, 보훈처는 A기관과 수의계약으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또 A기관은 지난 2012년 설립됐지만 현재 홈페이지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기관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서울의 한 출판사 사무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A기관 원장은 “우리 기관은 그동안 독립운동가 평전 저술, 독립운동사 학술심포지엄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비용 문제로 상주하는 인원은 없지만 회원은 20여 명에 달한다. 프로젝트팀 형식으로 일을 맡으면 모여서 진행하다 끝나면 해산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입찰은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며 “두 차례 단독 응찰로 유찰된 이후 수의계약을 한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간 여성 독립운동가 202명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 중 26명에게 이번 광복절에 서훈과 유공자 포상을 하게 되었다. 나머지 분들도 계속 포상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 용역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호준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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