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이라도 부작용 있으면 수정·개선해야”

일자리 안정자금과 최저임금, 현실과 개선방안 세미나

Untitled-1_1.jpg
▲ 20일 경기도의회 대강당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과 최저임금, 현실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정부의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사회적 저항이 거센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는 20일 오후 3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일자리 안정자금과 최저임금, 현실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순종 경기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세미나는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의 발제 뒤 최주철 경희대 교수, 김창학 경기일보 경제부장, 정철교 경기외식업교육원장, 김순태 경영학박사, 최형우 서강대 교수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공약이라 할지라도 맞지 않으면 수정ㆍ개선해야 한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비판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정부는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역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정책 전환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연합회에서는 소상공인119민원센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한 민원을 받고 있는데 전 재산을 모아 사업을 시작해 놓고도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생들을 다 해고하고 가족들을 끌어모아 근근이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많다”며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2019년 적용 최저임금액은 시급 8천350원으로 2018년 시급 7천530원 대비 820원(10.9%) 인상된 수준이다. 2년 동안 인상률은 29%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과 적정성을 봤을 때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급격한 인상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범법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임금 격차 및 최저임금 미만 적용 근로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할 때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만자 비중이 20.9%~2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임금노동자 수 1천9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300만 명에서 최대 400만 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통상적으로 ‘미만율’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범법률’이라고 하는 게 맞다. 통상 요식업종에서 주 6일,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 경우 2019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 달 283만 4천830원을 지급해야 한다. 대부분 소상공인이 5인 미만 사업장인데 이 수준을 버틸 수 있겠나 반문하고 싶다.

 

지켜질 수 없는 최저임금인상률을 무리하게 설정해 제도 자체의 실효성만 없어지는 문제를 야기하므로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급주기나 산정주기와 상관없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숙식비 및 금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또 업종별, 지역별 구분적용과 함께 연령별 최저임금 특례도 제안한다. 증가하는 고령인구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촉진하고, 근로의사가 발생하는 임금 수준이 연령별로 다른 점을 고려해 구분적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주철 경희대 교수=지금 상황에서 소상공인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고용감소로 이뤄져 고용절벽의 현실화로 나타날 수 있다. 서울과 지방의 물가 차이를 보더라도 생활을 위한 최저 수준의 임금액은 지역별로 달라야 한다. 또 2016년 최저임금 미만율이 정보서비스업은 1.5%, 제조업은 6.0%임에 반해 농림·어업은 46.2%, 숙박·음식업도 35.5%로 조사된 만큼 업종별 영업이익, 지급능력, 생산성 등의 다양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단일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지급능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별 최저임금을 해당 지역 노동자의 생계비 및 임금과 통상 사업의 지급능력을 감안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도 업종별, 상황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차등화는 유망 소상공인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종업원 숫자와 매출액, 수익률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차등적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Untitled-2_1.jpg
△김창학 경기일보 경제부장=시장경제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2년 사이 29%나 오르는 것은 상식적인 선을 넘었다. 경제적 여건이 양호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지만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 정부는 다양한 직접지원 및 비용구조 개선,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고려하느라 분주하다. 2조 9천708억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또 영세 업체를 위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대체결제수단 활성화,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 기간 연장 등 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제도적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마련되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에 소상공인연합회의 몫을 포함시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업종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아울러 노사정간에 사회적 대협력을 통해 최저임금 기본취지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개인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정철교 경기외식업교육원장=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만 이득을 보고 있다. 농가나 소규모 식품공장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아 식자재값이 많이 올랐고 식당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판매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즉석식품을 선호하게 됐다. 외식업의 경우 3D 업종으로 높은 임금을 주어도 일할 사람이 없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외국인 근로자만 좋아졌고 대다수 식당주인은 외국인 근로자보다 수입이 없다.

 

특히 외식업은 하루 12시간을 근무해야 두끼의 장사를 할 수 있는데 근로기준법의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던 외식업종을 새롭게 배제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하루에 한 끼만을 판매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

 

이에 외식업을 특례업종으로 다시 지정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은 급여 크기와 관계없이 종업원 수에 비례해 지급해야 공평한 지원이 될 것이다. 지금의 최저임금안은 지킬 수 없는 법이 돼버렸다. 소상공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모든 정책과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김순태 경영학박사=최저임금인상률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과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를 나타내려면, 최저임금이 표준생계비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5.5%로 10%대의 OECD 가입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IMF 이후 거리에 내몰린 실직자들이 창업에 도전하다 보니 급속도로 과밀현상이 있었고 현재는 창업자보다 폐업자가 더 많은 구조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한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최저임금제도는 반드시 차등화하도록 재검토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정책도 행정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많은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생활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재검토를 해달라는 것이고, 뭔가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각 부처가 용기있게 이를 개선해준다면 모든 사회적 갈등요소들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형우 서강대 교수=최저임금 정책에 있어 획일성과 경직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문제다. 정책이 대통령 공약 중심으로 가면서 한국 시장경제의 적정성이나 성장잠재력에 비해 변화가 급격해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면 당연히 수정하고 조정해야 되는데 정책 담당자들이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와 노동자 이분법적으로 사고해도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사용자이면서 노동자인 소상공인을 포함해 경제구조가 다층적으로 변했는데도 여전히 획일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안은 정부 위원회에서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각 지자체에서 현실에 맞게 내놓아야 한다. 이제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경기도에서 실제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 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실제 국민이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사용자이면서 노동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한 경제주체라는 점, 우리 가족이자 이웃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국가정책에서 배제된 것이 잘못이라는 점 등 대국민 홍보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좀 더 탄탄하고 종합적인 정책 제안과 함께 가장 근본적으로는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예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