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호기자
인천 남동공단 전자제품 제조공장 화재에서 9명이 사망한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 원인으로 외단열 미장 마감재, 이른바 드라이비트가 지목됐다.
화재가 발생한 4층 천장이 가연성 물질인 드라이비트로 이뤄져 짧은 시간 불이 크게 번졌고, 근로자들이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내부에서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얘기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전자제품 제조회사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불이 나 공장 근로자 김모씨(54·여) 등 9명이 사망했고, 4명이 다쳤다.
공장 관계자는 불이 난 4층 천장이 드라이비트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 위에 석고나 페인트 등을 덧바른 마감재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 빠르게 확산해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 물질이다.
실제로 소방당국 관계자는 “선발대가 신고를 받고 4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 사이 화재가 급속도로 퍼져 대피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이비트는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물질로 그동안 수차례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
지난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역시 내부 마감재로 드라이비트를 사용했고, 지난 2015년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 역시 드라이비트가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화재 현장은 참혹했다. 불이 난 건물 4층 창문은 열려있었고, 그 아래 구조물은 탈출을 시도한 공장 근로자에 부딪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이날 사망한 9명 중 2명은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4층 건물에서 탈출하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나머지 7명은 공장 내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4명은 현재 병원에서 회복중이며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는 오후 5시 35분께 완진됐지만,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147명과 경찰 66명 등 284명을 동원해 내부에 남아있을지 모를 인명 수색을 벌였고 경찰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실종자 및 신원미상 사망자의 신원 파악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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