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재 참변이 발생했다. 전자부품 공장에서 불이 났고 9명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됐다. 불이 난 시각은 21일 오후 3시43분으로 대낮이었다. 화재 발생 건물도 공장 4층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층고다. 화재 진압까지 걸린 시간은 45분으로 결코 긴 시간이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큰 인명 피해가 났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재 발생 원인이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공장 4층 중앙 부분 전자회로기판 검사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이 나자 내부에 있던 부품들이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면서 4층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발화성 물질이 많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층별로 갖추도록 한 방화 소화장치가 없었거나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심하게 한다.
숨진 근로자들이 발견된 장소가 그렇다.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발견됐다. 아무리 급속하게 번진 불길이라도 4층 전체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숨진 근로자 가운데 여성 2명은 건물 아래로 투신해 숨졌다. 건물 창문을 통해 구조를 기다렸으나 유독가스에 견디지 못해 1층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입에 담기도 끔찍한 장면이지만 대낮 화재 현장에서 목격된 현실이다. 유사시 1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 있기는 했는지 한탄스럽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참변의 첫 번째 의구심은 공장 내부의 방화 소화법 준수 여부로 모아야 할 듯하다. 45분 만에 진화된 과정에 소방당국의 문제는 현재까지는 딱히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취해야 할 시설 내 장치, 장비, 조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무엇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재라는 말도 쓰기 지친다. 사람의 잘못으로 사람이 상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화재 참변 때마다 각가지 문제가 제기되지만 또다시 그런 참변이 똑같은 원인으로 반복되곤 한다. 안전 불감증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인가. 어렵게 살아가며 생계를 꾸려가던 공장 근로자들이었을 텐데, 너무 어이없고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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