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8월25일 백중을 생각하며

일면 스님
일면 스님

음력 7월 보름인 오는 양력 8월25일은 아주 중요한 우리나라 전통 명절이다. 보통 백중(百衆)이라고 하는데 많은 대중에게 공양하는 날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불교에서 나왔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목련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나 깨달음을 얻은 뒤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제도하려 신통을 발휘해서 온 세상을 구석구석 살폈다. 그런데 죽은 어머니가 아귀가 돼 음식은 먹지도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아귀는 살아있을 때 욕심을 부리거나 남을 돕는데 인색했던 사람이 죽어서 굶주리는 과보를 받은 결과다. 목련존자가 슬피 울며 어머니에게 발우에 밥을 담아 건넸으나, 입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밥이 불덩이로 변해 먹을 수가 없었다. 목련존자는 슬피 울며 부처님께 어찌해야 하는지를 여쭸다.

부처님은 “너의 어머니는 죄가 깊어서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신들도 어찌하지 못하니, 여러 스님의 힘을 얻어야 해탈할 수 있을 것”이라며 “7월15일에 스님들이 자자(自恣,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대중 앞에 참회하는 불교 의식) 할 때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을 여러 대덕 스님에게 공양하라”고 일러주었다.

이 내용이 실린 경전이 ‘우란분경’인데 ‘우란’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라는 뜻의 옛 인도 말이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스님들을 극진히 대접하면 지옥에 떨어진 부모도 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일이 생긴다는 승보공경 정신이며 다른 하나는 자식의 지극한 효심은 지옥에 빠진 부모도 구제하는 감동을 준다는 교훈이다.

음력 7월15일은 또 스님들이 선방에서 결제를 풀고 해제하는 날이다. 스님들은 여름 3개월, 겨울 3개월을 선원에서 참선 정진한다. 이를 안거(安居)라고 하는데 시작하는 음력 4월15일을 결제(結制), 끝나는 음력 7월15일을 해제(解制)라고 한다. 그래서 해제하는 스님들에게 3개월간 고생했다며 음식을 베풀고 극진히 대접한다. 안거를 마친 스님을 대접하면 지옥에 빠진 중생도 구제하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우란분절은 농사와 결합한 백중이 되어 국가적 명절로 자리 잡았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를 치는 목동들은 백중날이 다가오면 산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고 당일에는 농사일을 쉬고 장만한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를 즐겼다. 이 날은 한여름 쟁기 가느라 수고한 소도 쉬게 하고 배불리 먹였다.

이처럼 백중은 봄부터 모종, 보리타작, 모심기, 김매기 등 쉴 틈 없이 바빴던 농사일을 하루 쉬면서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곧 시작할 추수를 준비하는 농경사회의 중요한 명절이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수행자는 물론 머슴 소까지 두루 음식을 나누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웠던, 한여름의 명절은 이제 절에서나 볼 수 있다. 농경 사회가 사라지면서 그 시절 풍속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백중이 갖는 소중한 의미마저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효, 죽은 목숨도 살리고자 하는 생명의 고귀함, 살아서 악업을 저지르면 죽어서 그 과보를 받는다는 인과의 엄중함, 소와 일꾼도 두루 챙기는 나누고 베푸는 마음은 더 새기고 퍼뜨려야 할 소중한 가치다.

올해 8월25일에도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들의 기도소리가 전국 사찰에 가득할 것이다. 비록 절에 가지 않는다 해도 이 날 하루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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