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어린이집연합회가 충돌 직전이다. 도의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이 화근이다. 9월부터 도내 어린이집에 회계 관련 장부 및 자료 전산화, 관청의 예산 모니터링, 모바일 앱을 통한 간소화 등의 기능을 담은 어린이집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게 경기도 방침이다. 사업의 핵심 목표는 어린이집 회계 관리의 투명성 확보다. 현재처럼 공무원들이 어린이집에 나가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 나온 제도다.
큰 틀에서 보면 이재명 지사의 ‘혈세 아끼기 프로젝트’의 하나다. 앞서 도는 각종 관급 공사에 공사 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 적용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관급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궁극적 목표가 있는 결정이다. 혈세 쓰임새 감시라는 기본 골격은 같다. 하지만, 기본 성격에서 오는 두 사안의 차이는 있다. 공사비 지급과 공사 건축물 공급이라는 교환적 관계라고 본다면 어린이집 지원은 대가 없는 일방 지원이다.
남경필 전 지사가 2017년 어린이집 회계관리 강화 계획을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당시에도 어린이집 단체와 회계관리 프로그램 개발자 단체 등에 반대가 있었다. 남 지사는 단체대표들과 간담회가 가졌고 결국 사업을 유보했다. 민선 7기 경기도가 9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 바로 그 사업이다. 시스템 보급 예산 전액을 농협과 신한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 역시 민선 6기에 맺어진 협약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이번에도 어린이집 측은 반대한다. 집회도 예고해 놓고 있다. 모든 어린이집 금융 거래를 농협과 신한은행으로 강제한다는 불만을 말한다. 경기도의 예산 20조원을 관리하는 것도 금융기관 한두 곳이다. 31개 시군의 모든 예산도 금융 기관 한두 곳이 맡는다. 조례 등을 통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갱신 또는 교체한다. 어린이집 회계 보급 시스템도 그런 선정 과정과 교체 근거가 있다고 본다. 딱히 반대의 근거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또 다른 반대 이유로 민간 프로그램 개발 업계의 불이익을 들기도 한다. 도내 어린이집은 국공립과 시군립이 700여 곳, 민간이 9천여 곳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경기도와 계약한 농협ㆍ신한은행 두 곳이 점령하는 결과가 된다. 업계에는 분명 위기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린이집연합회 쪽에서 내세울 사유는 아니다. 경기도가 관련업계와 만나서 대안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물론 어린이집들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지원금 좀 받는다고 관(官)의 관리에 들어가야 하느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어린이집 전체가 회계 문란 집단으로 낙인찍힌다는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이 대화와 설득, 그리고 논리다. 세를 앞세운 집단행동은 옳지 않다. 어차피 ‘공공성’을 기치로 결정된 회계관리 시스템이다. 이제 와서 경기도가 철회하겠는가. ‘왜 부당한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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