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원인 난동·행패에 불안해 일 못하는 공무원들

생떼와 욕설은 다반사다. 기물 파손도 종종 있다. 폭행이나 흉기 피습, 자해ㆍ자살 소동도 벌어진다. 급기야는 엽총 난사로 사망케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민원인들의 횡포가 도를 넘어 테러 수준이다. 이들을 응대하는 공무원들은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호소하지만 아직도 특별한 안전대책은 없다.

지난 21일 경북 봉화의 한 면사무소에서 70대 농부가 엽총을 쏴 공무원 2명이 사망했다. 상수도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던 민원인은 1차로 이웃주민에게 엽총을 쏴 어깨에 상처를 입힌 뒤,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를 찾아가 2차로 공무원에게 총을 쐈다. ‘총기안전국가’로 분류된 나라에서, 대낮에 행정관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다니 어이가 없다.

같은 날 수원시청에선 주거관련 지원금 문제를 문의하던 30대 남성이 공업용 커터칼을 자신의 손목에 대고 위협하며 자해 소동을 벌였다.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1시간가량 설득해 흉기를 내려놓고 경찰 체포에 응했지만 지켜보던 공무원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지난 6월엔 오산시청 교통과에 과태료 부과에 불만을 품은 중장비 기사가 찾아와 나무 막대기로 컴퓨터 9대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고, 김포시청에선 무단점유시설 행정대집행 문제로 시와 갈등을 빚던 주민들에 의해 부시장이 옷이 찢기고 바지가 벗겨지는 봉변을 당한 채 병원에 실려갔다.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횡포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매 맞는 119구급대원’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데 이어 대민업무 담당 공무원들도 몰지각한 민원인 행패에 고통을 겪고 있다. 폭언ㆍ폭행에 자살소동, 사망 사건까지 이어지자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원인들에게 행패를 당했거나 목격한 상당수 공무원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직업에 대한 회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정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앙·지방자치단체에서 한 해 평균 3만여 건의 폭언·폭행 등 특이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인들 앞에서 무방비로 당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보호대책은 거의 없다. 이들 공무원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사회복지ㆍ장애인복지ㆍ노인복지ㆍ보육 아동과 관련해 대민 접촉이 많고 민원도 많은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보안요원이 필수다. 누르면 즉시 경찰이 출동하는 비상벨을 설치하던가 청원경찰을 배치하는 등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한 보안대책이 적극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 가슴 졸이며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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