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탈출구가 없다…가족동원 인건비 줄였지만 늘어가는 빚… 백약이무효

종업원 대신에 자녀 등 도움받아
근근이 운영… 갈수록 부채 눈덩이
당장 폐업하고 싶지만… 사면초가

“딸이 일을 도와주고 있어 인건비를 절약하는 등 아낄 것은 모두 절약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갚아야 할 대출 등은 여전히 많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자녀와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는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등 우회적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실제로 피부로 와 닿을지는 미지수”라며 토로했다.

 

가족을 동원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도 “편의점 운영이 어려워지자 아들이 가게를 봐주고 있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이 집안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음 같아선 가게 빚을 청산하고 사업도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족까지 동원해 인건비 감축에 나선 영세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며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인천지역 금융기관의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6월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461억원으로 전월(-1천54억원)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정부가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에도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적용한다고 예고하며 급락한 가계대출은 기타대출 취급규모 확대된 6월 다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효과가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인지방통계청의 ‘인천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무급가족종사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4%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올해 1월부터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늘어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채용을 줄이는 데 이어 그 자리를 가족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해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밝혔다.

 

이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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