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호텔 지반공사용 쇠말뚝 박아 건설 중단 장기간 방치 ‘안전 위협’
중구, 대형크레인 동원 제거작업 지역주민 “드디어 시작했네” 환영
갯벌 속에 깊숙이 박혀있던 용유해변 쇠말뚝들이 20여년만에 뽑혔다.
인천 중구 용유해변 갯벌에 대형 쇠말뚝 수백 개가 박혀있어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단 본보 보도(2017년 10월 24일자 1면)와 관련, 인천 중구가 3일부터 본격적인 제거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전 비방울이 쏟아지는 궂은 날씨 속에서 작업근로자들이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갯벌 속 쇠말뚝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바닷물이 빠질 때 쇠말뚝 끝을 밧줄로 묶은 후 대형 크레인에 매달아 뽑아내는 방식이다. 3m 이상 갯벌 속에 박혀 있어 크레인을 동원해야만 뽑을 수 있다는 게 공사 관계자 설명이다. 쇠말뚝의 무게는 개당 150kg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유해변 앞은 1999년 인천시가 프랑스 투자법인인 아키에스㈜와 양해각서를 맺고 국내 첫 해상호텔을 짓도록 허가해줬던 곳이다. 공사비 4억 달러 가운데 3억7천만 달러를 외자유치로 받기로 했던 계획이 어긋나면서 아키에스 측은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11년 10월 사업승인 허가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아키에스가 철수를 하면서 지반공사를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 300여개는 제거하지 않아 그대로 방치돼왔다.
이 때문에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해변에서 수영하다가 튀어나온 쇠말뚝에 다친 관광객이 있었고, 선박들도 배 전복을 우려해 진입조차 못했다. 박아놓은 쇠말뚝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환경오염 우려도 컸다.
중구는 이날 첫 제거작업을 시작으로 이달 7일까지 1차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해변 곳곳에 방치된 칠게잡이 어구도 모두 제거하고, 해안가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운다는 방침이다.
초과된 경비는 뽑아낸 쇠말뚝을 고물상에 팔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용유해변에 박혀있는 쇠말뚝 무게를 모두 합치면 약 45t에 달한다.
이날 제거작업을 지켜보던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한껏 반겼다.
한 주민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쇠말뚝을 뽑게 돼 기쁘다”며 “이번 작업을 계기로 해양 환경이 다시 살아나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중구 항만공항수산과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이던 것을 조속히 처리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이곳 해변을 20여년 전 상태로 되돌려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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