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올인, 도시재생은 뒷전인 부동산정책

정부가 경기도 8곳에서 신규 택지를 개발, 아파트 4만 가구를 건설하기로 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내놓기 시작한 주택 공급대책 가운데 하나다. 8곳 중 과천시 과천동·주암동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일대, 의왕시 포일동 월곶판교선 청계역 주변은 확정됐고, 안산(2곳)ㆍ광명ㆍ의정부ㆍ시흥ㆍ성남시 등은 구체적인 입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8개 택지 총면적은 542만㎡로, 평촌(519만㎡)과 비슷한 규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잡기’에만 치중돼 있다. 그러다보니 노후ㆍ불량 주택 거주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은 외면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주택정책이 집값이 아니라 주거복지였음에도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제13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전국 99곳을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선정했다. 경기도에서 선정된 곳은 시흥시 대야동, 안양시 석수2동, 화성시 황계동, 고양시 삼송동, 광주시 경안동, 평택시 안정리, 안산시 월피동, 시흥시 신천동, 고양시 일산2동 등 9개 지역으로 총 800억 원의 국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도내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는 지난해 8곳을 포함해 모두 17곳이 됐다.

도가 올해 사전 심의를 거쳐 국토부에 지정을 요구한 지역은 31개다. 하지만 9개 지역만 선정돼 수용률이 29%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31곳을 신청해 8개만 선정됐다.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도내 쇠퇴지역은 2016년 말 기준 232곳이다. 전체 553개 읍면동 중 42%에 이르며 거주 인구만 454만여 명이다. 쇠퇴비율이 점점 높아져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선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2021년까지 전국에 500개소를 선정해 50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에 목을 매고 집값 잡는데만 몰두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기지역내 20년 이상된 노후 공동주택이 전체의 30%에 달하고, 빈집이 17만 가구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노후ㆍ불량주택 증가와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시급함을 말해준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에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8ㆍ27 대책은 주거복지와는 괴리된 정책이다. 그린벨트는 도심 시가지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아 도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집값 상승 공포에 눌려 주거복지를 포기한 셈이 됐다. 보전가치가 떨어지는 그린벨트는 이미 대부분 택지로 개발했다. 그린벨트 훼손보다 도심 재건축ㆍ재개발을 묶고있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시장 개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이미 추진 중이거나 답보 상태인 주거환경 개선사업들이 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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