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3차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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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주지하듯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취소된 가운데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최근 한반도정세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북미 핵협상에서 미국은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이 핵탄두와 핵 물질, 핵 시설의 리스트를 제출하면 이를 검증하고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과 북한의 선 종전선언 요구가 상충하면서 양국의 협상은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이처럼 교착국면에 있는 북미의비핵화 협상을 제 궤도로 돌려놓는 문제는 우리의 국가안보에 명운이 걸려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정부의 역할이 그 만큼 엄중해 졌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점점 강화되고 있고 한 동안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북한 인권문제’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남북사업을 자제하라며 동맹국 사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강한 톤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 등을 주축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왔다. 우리 특사단이 북한 김정은위원장을 면담하고 우리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며 합의한 사항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일정(918~20, 평양),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의지에 관한 김정은위원장의 확고한 의지 재확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 지속,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 등 크게 4개항으로 요약된다.

 

금번 대북 특사단이 북한의 김위원장과 합의한 사항은 북한을 설득하여 교착상태에 있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으로부터 뭔가 획기적인 특단의 조치를 바라던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사실 북핵 문제의 핵심은 과연 북한이 ‘북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을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의 협력사업이 실질적으로 진전하기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남북 연락사무소를 며칠 내에 개소할 예정이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사업이 주종을 이루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북제재 위반여부를 우려하는 미국의 목소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3차 정상회담에서 ‘북핵 리스트와 검증’에 대한 북한의 획기적인 조치를 끌어내는 것을 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만일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판문점선언(427)의 이행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논의들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게는 ‘핵 폐기’와 관련해 더 이상 주저하거나 차일피일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다.

금번 99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던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북한방문이 실현되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북한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지원 및 후원하던 중국의 국제사회 눈치 보기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유지의 보검이라 오판하고 종전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한 행태로 핵 폐기가 아니라 시간벌기라는 위장전술을 계속한다면 판문점선언은 휴지조각이 되고 결국 북한정권은 외교고립과 경제난이 더욱 심화돼 정권자체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는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당국이 이러한 상황인식을 분명히 하고, 그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 돼야 한다. 이는 판문점선언의 이행 및 실천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여부에 대한 공(球)은 북한에 넘어가 있음을 은유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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