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

2007년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가 설립됐다. 수원ㆍ용인ㆍ화성ㆍ평택ㆍ안성ㆍ오산ㆍ의왕시장 7명이 회원이다. 협의회 설립 목적은 시 간 협력을 통한 상생이다. 지근거리에 위치한 탓에 각종 충돌이 잦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화의 창구가 필요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였다. 일종의 광역협의기구와 같은 역할이 기대됐다. 실제로 여러 현안들이 이 회의를 통해 논의됐다. 대정부 결의문 채택도 여러 차례 있었다.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다. 회원 시장들 간에 싸워야 하는 갈등이 폭주했다. 수원시와 화성시는 광역 화장장 설치, 공군비행장 이전 문제로 충돌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시 경계를 두고 갈등했다. 용인ㆍ안성시와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 갈등으로 싸웠다. 상대 시장을 비난하는 성명전이 이어졌다. 막말에 가까운 현수막이 길거리에 나붙었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상대 시청사를 찾아가 농성을 벌였다. ▶회원인 시장들이 협의회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했던 회의가 2014년 이후 연 1, 2회로 줄었다. 참석하더라도 눈길 한 번 안주는 시장들의 모습도 언론에 자주 목격됐다. 현안 문제를 의제로 올린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대신 정부나 경기도를 향한 요구 사항을 의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예민하지 않으면서 선언에 그치는 의제를 고르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협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올 게 왔다. 17일 의왕시 과학관에서 협의회가 개최됐다. 평범한 정례 회의였다. 민선 7기 1차 회장단 선출이 예정돼 있었다. 드론 비행승인 규제 완화 등의 의제도 채택돼 있었다. 그런데 참석률이 낮아도 너무 낮았다. 안성시장은 불참했고, 수원ㆍ용인ㆍ화성ㆍ오산시장은 부시장을 대신 보냈다. 회장인 정장선 평택시장과 주최지 의왕의 김상돈 시장만 참석했다. 티타임을 마친 김 시장이 폭탄선언을 했다. ‘협의회를 해체한다.’ ▶회원 없는 회의장을 본 정장선ㆍ김상돈 시장의 분노가 짐작 간다. 그럼에도, 조언할 게 있다면 이거다. 11년 전 설립 의지를 한 번 생각하기 바란다. 초심을 돌아가 협의회를 보기 바란다. 지역 갈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협의체다. 갈등이 더 깊어졌다면 그 필요성도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서로 얼굴도 안 보던 A 시장과 B 시장을 잠시나마 나란히 앉혀놓았던 게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다. 이마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는 필요한 기구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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