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 연휴 전인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과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330만㎡(100만평) 이상의 신도시 4~5곳을 조성, 이르면 2023년부터 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광명 하안2·의왕 청계2·성남 신촌·시흥 하중·의정부 우정 등 경기 5곳에 1만7천100여 가구, 인천 검암역세권에 7천800가구, 옛 성동구치소 자리와 개포동 재건마을 등 서울 11곳에 1만200여 가구 등 수도권 17곳에서 3만5천여 가구가 공급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44곳의 신규택지를 개발해 36만2천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14곳(6만2천 가구)의 입지를 공개했다. 남은 30곳 중 17곳의 입지가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택지 13곳을 더 지정해 이중 4~5곳을 신도시로 키울 방침이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신도시 조성이다. 9·13 대책이 세금과 대출 규제 등을 동원한 수요 억제책이었다면, 9·21 대책은 공급을 크게 늘리라는 시장 요구를 반영했다. 줄곧 수요 억제에만 매달려 공급 확대를 외면하던 정부가 방향을 틀어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규모 신도시는 더 이상 조성하지 않겠다던 기조를 바꾼 것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집값 급등은 잡겠다는 의지다.
신도시 조성은 획기적이긴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무엇보다 집값 과열이 심각한 서울 도심의 공급 물량이 기대에 많이 못미친다. 서울 인근에 미니 신도시 4~5곳을 조성하는 것도 일부 후보 지역이 집값 하락지역으로 조사됐다. 인천 검암 역세권과 의정부 우정ㆍ시흥 하중 등은 최근 집값이 떨어진데다 미분양주택도 늘어난 지역이다. 이런 곳에 신도시를 조성할 경우 당초 정부가 노린 집값 안정이 제대로 실현될까 싶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서울 주택 수요 흡수에 실패한 김포 한강ㆍ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향후 발표될 미니 신도시까지 이런 식이면 당장은 물론 중ㆍ장기적인 집값 안정도 장담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살고 싶은 지역에 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돼야 집값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집값 급등은 서울과 인접 지역 중심의 국지적 현상인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주택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신도시 개발이 최소 7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도 당장 서울 집값이 잡힐지 회의적이다.
미니 신도시의 입지와 규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려면 뛰어난 입지가 관건이다. 때문에 서울 외곽으로 갈수록 신도시의 교통ㆍ교육ㆍ문화 인프라 확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정책 신뢰에 금이 가고 시장 안정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공급과 규제를 포함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주거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주택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