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절벽’에 문 닫는 웨딩홀… 빈자리 채우는 요양병원

결혼건수·하객수 줄며 폐업 속출
노년층 대상 병원·교회 등 들어서

▲ 고령화와 결혼적령기의 결혼 기피 현상 등으로 웨딩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29일 요양병원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수원시 장안구의 한 웨딩홀에 오는 11월 요양병원으로 개원한다는 현수막이 나불어 있다.전형민기자
▲ 결혼식이 줄어들면서 도내 웨딩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30일 폐업 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수원시 장안구 한 웨딩홀 건물 벽면에 오는 11월 요양병원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전형민기자
도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결혼’ 업계까지 덮쳤다. 경기도 내 웨딩홀이 점차 사라지는 사이 그 자리를 대기업이 차지하거나 요양병원, 교회 등이 채워나가는 추세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초혼, 재혼 포함) 건수는 전국 26만4천455건으로 2016년 28만1천635보다 6.1% 줄었다. 2016년 혼인 건수도 2015년(30만2천828)에 비하면 6.9% 감소한 수치였다. 3년 동안 세종시(2015년 1천498건→2016년 1천612건→2017년 1천728건)를 제외하면 전국 모든 지역의 혼인 건수가 줄어들었다.

 

경기도 역시 2015년 7만3천950건이던 혼인 건수가 2016년 7만52건, 2017년 6만6천429건까지 감소했다. 이에 따라 3년 사이 전국 1천여 개였던 웨딩홀도 현재 750개까지 감소했고, 경기도에서도 웨딩홀이 많던 수원ㆍ안양ㆍ의정부 지역 등이 타격을 입었다.

 

실제 안양 2동 소재 A 웨딩홀은 결혼 인구 급감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져 지난 6월을 끝으로 영업을 접기로 했다. A 웨딩홀은 요양병원으로 리모델링한 후 새롭게 재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수원 송죽동에 있는 B 웨딩홀 역시 지난 2004년 첫 문을 열었지만 올 6월 말께 문을 닫았다. B 웨딩홀 관계자는 “결혼 건수와 하객 인구가 함께 줄어들어 더이상 장사가 안돼 끝내 폐업하게 됐다”며 “요양병원으로 재오픈하기 위해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웨딩홀 건물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요양병원 등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20년이 넘게 운영해오던 도내 C 웨딩홀은 최근 경영난을 겪으며 더이상 비전이 없다고 판단, 대기업 관련 웨딩회사에 매각했다. D 웨딩홀도 주요 마진결정 요인인 식대가 크게 떨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해 최종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딩홀이 줄어드는 현상은 ▲고령화에 따른 결혼적령기 인구 및 하객 감소 ▲‘스몰 웨딩’등 유행 확산 ▲결혼 기피 현상 등이 맞물려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엔 웨딩홀들이 크고 화려한 단독 건물을 이용했지만 점점 결혼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건물의 1~2개 층만을 임대하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웨딩 산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지금 상황에선 그 임대 건물조차 제대로 팔리지 않아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인 인구가 많거나 수도권 외곽지역인 경우 웨딩홀이 나간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설이 한정적”이라며 “교회, 요양시설 등이 그나마 웨딩업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상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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