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소방도로 점령한, LH 막무가내 공사

고양 향동지구 물공급 위해 연관없는 덕은동에 상수도관로 공사
주민들 “노후관로 교체라 속였다” 분통… LH는 “협의 통해 해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개월째 막무가내식으로 고양시 향동지구 가압장 및 배수지 공사를 진행해 덕은동의 조용했던 한 마을이 반발하고 있다. 소방, 주차장 등 안전 및 편의시설 대안 없이 공사를 추진할 뿐만 아니라 마을을 위한 노후관로 공사로 속였다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LH는 내년초 완료 예정인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7천822세대)에 대한 물공급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향동지구 가압장 및 배수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향동지구와 상관 없는 덕은동 마을의 진입로에 해당 공사가 계획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상수도관로 공사가 계획된 중앙로 62~46번길은 덕은동 마을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소방도로다. 이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면 화재시 소방출동로로 사용되기 어려워 주민들의 안전문제가 가장 크게 우려된다. 특히 46번길은 도로 폭이 7.5m에 불과해 공사를 진행할 시 소방차가 아예 지나갈 수 없다고 소방당국은 판단한다. 여기에 주민들의 차량 주차장도 사라지는 등 당장 겪어야하는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주민들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이나 조치도 없이 공사를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애초부터 고양시와 LH가 마을과 상관 없는 공사를 마치 노후관로를 교체해주는 공사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공사와 관련 LH가 마을에 내 건 공사 안내 현수막에는 향동지구 상수도관 공사라는 내용이 없이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만 담겼다.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LH는 지난 2월 공사 노선 변경안을 제안, 주민들이 이에 찬성했지만 공사 노선은 변경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시와 LH에 해당 문제 해결을 계속 촉구하는 한편 공사 현장에서 단체행동에도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주민들 의견은 계속 무시됐다”며 “시는 LH, LH는 시 핑계만 대는 사이 주민들만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달부터 해당 구간 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 현재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로 주민설명회를 갖고 세부 보완 사항을 마련해 주민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얘기해 만들었던 노선 변경안은 공사기간, 예산, 협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어렵다”며 “조만간 주민들과 협의해 해결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고양=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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