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퀴어축제 비대위, 경찰·동구청장 규탄집회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어떻게 지켜만 봅니까.”
3일 오후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광장. 자유와 이념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날 오후 4시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경찰 및 동구청장 규탄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400여명이 참여해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을 이어갔다.
지난 8월 8일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반대 측으로부터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전숙경씨(47·여)는 “지난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침을 뱉거나 물을 뿌리고, 때리는 사람들이 있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 자리에 모여 성소수자들이란 사람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천녹색당 소속 문재애씨(34·여) 역시 “항상 움크리고 있던 우리가 단 하루 목소리를 내겠다는 걸 반대하고,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존재자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들의 집회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 집회도 열렸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와 학부모단체 등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길 건너편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익명을 요구한 A씨(67)는 “동성애는 사회적 윤리와 도덕을 파괴하는 사회적 패악”이라며 “우리는 저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윤리와 도덕을 해치는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B씨(48·여) 역시 “젊은이들이 모이는 로데오거리에서 저런 집회를 여는 건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적 가치관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라며 “아이들이 나쁜 길로 가는데 부모로서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이 시작되면서 양측의 대립은 극에 달했다. 차량을 선두로 행진하는 행렬을 방해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반대 단체들은 1명씩 흩어져 차를 향해 돌진했다.
급기야 차 밑으로 들어가 이동을 막기도 했다. 서로 팔짱을 낀 채 도로 위에 드러눕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때마다 곳곳에서는 양측의 팽팽한 혈전이 오갔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경찰병력 20개 중대 1천500여명이 동원됐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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