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은행 이후 없는 수도권 지방은행 / 경제 분권 침해하는 금융 역차별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방 이전설이 꿈틀댄다. 현재 서울에 있는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리의 출발은 민주당 발 공공기관 추가 이전론이다. 이해찬 당대표가 지난달 4일 국회 연설을 통해 밝힌 구상이다. 두 은행도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다. 부산시 연제구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두 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주요 금융기관의 지역 내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말이 안 되는 억지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기관 추가 이전의 근거는 2004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다. 2010년 이후 시설된 공공기관 88개가 여기에 해당하니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두 은행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참여정부조차도 ‘동북아 경제 중심’ 조성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서울 잔류를 인정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법 3조, 한국수출입은행법 3조도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못 박고 있다.

우리는 거꾸로 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도권의 심각한 ‘금융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까 한다. 현행 금융 체계에는 일반 시중 은행과 구별되는 지방은행이 있다. 기본적인 업무 내용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 다만, 원칙적으로 본점 소재 행정구역을 영업 구역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1967년 설립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방은행에는 분명한 설립 목적이 있었다. ‘금융의 지역적 분산과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한다’였다.

현재는 부산ㆍ경남ㆍ대구ㆍ광주ㆍ전북ㆍ제주은행 등 6곳이 있다. 경기도에도 있었다. 1969년 인천은행으로 시작해 1972년 상호를 변경한 경기은행이다. 경기도 재정의 담당금고를 맡는 등 경기도민만의 금융기관으로 역할이 컸다. IMF 때인 1998년 한미은행에 합병되며 사라졌다. 그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제2의 경기ㆍ인천 지방은행은 등장하지 않았다. 영남권에는 3개나 있는 지방은행이 경기ㆍ인천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역차별 아닌가. 역차별이다. 그것도 경제활동의 핵심이라 할 금융에서의 심각한 역차별이다.

때마침 경기도 주변에서 도립은행 얘기가 들려온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도 주장한다. 지난 2일 경기일보 초청 특강에서 “도립은행을 통한 지방 정부 차원의 금융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도립은행이 어떤 형태인지는 확실치 않다. 완전한 의미의 도립은행 설립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던진 화두를 주목한다. 20년 만에 깨달은 ‘금융 역차별’에 대한 자각이기 때문이다.

연구원 차원의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 믿는다. 도민을 상대로 토론하면서 공론화하는 작업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 돈’을 맡길 ‘내 동네 은행’을 만들자고 설명하는 일이다. 지역민이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정 분권보다 훨씬 중요한 재정 분권의 기본 조건을 만들어 놓는 일 아닌가. 민선 7기 이재명 지사가 해낼 그 어떤 실적보다 후한 평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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