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京畿)도’는 ‘경기(經基)도’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태풍으로 하루 앞당겨 취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포부를 압축해 전달한 말이다. 경기정명 1천 년을 맞아 경기도를 서울의 주변이 아니라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이 담겼다. 이 같은 7월 1일의 일성 이후 이재명호(號)는 10월 8일까지 100일을 쉼 없이 달려왔다. 공정ㆍ소통ㆍ평화 등을 주요 가치로 선정한 도는 1천300만 도민과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다.
100일간 펼쳐진 도정으로 도내 곳곳에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도정 드라이브 중 일부는 기존의 이해관계와 충돌도 일으키며 험난한 ‘도전’을 요구받기도 했다. 또 ‘새로운 경기’라는 거대한 목표를 앞두고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으며 ‘희망’을 불러오는 과제도 있다. 이에 본보는 민선 7기 취임 100일을 맞아 이재명호의 발자취를 기록, 향후 4년의 도정을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변화의 100일
민선 7기가 과거 정권으로부터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협치’다. 16년 만의 정권교체, 도의회와 기초단체장에서의 압도적 여당 비중, 촛불 혁명 속 도민 참여 확대 등. 협치는 도정 과제가 아닌 시대의 숙명으로 다가왔다. 이에 도는 도의회와 연정을 종결, 상시적 소통기구를 마련하며 협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31개 시ㆍ군 간 소통 잡음이 발생했지만, 정책협력시스템을 통해 협력의 끈을 굳건히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또 ‘섬기는 정치’를 표방하며 도민의 도정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형 일자리정책’도 관전 포인트다. 공익적 민간부문ㆍ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는 내용의 경기도형 일자리는 전국적인 일자리 난 속에서 도만의 특화된 전략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도는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체납관리단, 행복마을관리소 등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계획을 지난 8월 ‘제1차 민선 7기 17개 시도지사 간담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 20만 호 공급’이라는 묘책도 경기지역 주거환경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도는 5년간 도내 공공임대주택을 57만6천 호까지 확충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등 ‘장기임대 우선’으로 주거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거권은 우리가 모두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라는 이 지사의 신념이 반영된 정책이었다.
이밖에 조직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은 개혁의 칼날도 눈에 띄었다. 이달부터 단행된 조직 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특별사법경찰단의 확대다. 특사경은 기존 1과 103명에서 2과 159명으로 규모를 키웠다. 업무범위도 기존의 식품, 환경 등 6개 분야에서 대부업, 부정경쟁(상표법) 등을 포함한 12개 분야로 늘어났다. 도민 안전과 민생을 위협하는 불법사채, 식품 범죄 등을 근절하겠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어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수시로 강조하며, 공직사회 내부 기강도 바짝 조이고 있다.
■도전의 100일
거침없는 도정 개혁 속에서 반발도 물론 있다. 집단행동과 법적 공방 예고 등 일촉즉발의 순간도 수차례 맞이했다. 그때마다 이 지사의 방침은 하나, ‘도 전체의 이익만을 고려한 흔들림 없는 자세’다. 첫 번째 갈등은 건설업계로부터 발생했다. 도가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고자 추정가격 100억 원 미만인 공공건설 공사의 예정가격 산정시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도내 건설단체는 중소건설업체 경영악화와 품질저하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이 지사가 ‘건설노동시장 정상화’를 위해 외국인 불법고용 뿌리뽑기에 나서자, 건설업계는 내국인 고용난 속 비현실적 대책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어 어린이집 관리시스템을 놓고 보육업계와도 대치 국면 중이다. 도는 지난달부터 예산투명화 등을 위해 도내 국공립ㆍ지자체 직장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의무 도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연합회는 민간으로 확산 및 회계감찰 등을 우려하며 지난달 11일 1천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현재 관련 TF를 통해 갈등을 임시 봉합한 모양새이지만,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끝으로 수술실 CCTV 운영으로 발생한 의사협회와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도는 이달부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 시범 운영 후 도의료원 6개 산하병원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도의료원에서 환자 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 민간병원으로 확산 여론도 강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사협회는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의 인권 침해 및 수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도는 오는 12일 각계 의견을 모으고자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의사협회는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의 100일
민선 7기는 경기지역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대형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1천300만 도민이 희망에 부푼 채 향후 4년을 기대하는 이유다. 우선 도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중심, 경기도’로 거듭나는 작업이다.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이를 위해 지난 4~6일 평양을 방문했다. 이 부지사는 이번 방북으로 축산업ㆍ농림복합사업 협력, 문화ㆍ체육 교류 등을 일궈냈다. 도는 이번 성과와 함께 통일경제특구, 유라시아 물류망 확보 등 중점과제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재정 분권 프로젝트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도는 20년 전 사라진 ‘경기은행’의 부활 격인 도립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도가 출자에 관여하며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운영되는 도립은행은 사회적경제 전달체계 혁신,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서민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 등 도정 수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호는 내년께 31개 시ㆍ군에 지역화폐를 확대하는 등 도정과 재정 분권의 연계 방안도 사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도는 기본소득 이슈를 선도하며,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참석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대량실업문제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등 기본소득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기본소득은 재산ㆍ소득ㆍ노동활동과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도는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자 기본소득위원회를 다음 달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이 지사는 부동산 묘책으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 제안, 지방정부에 조세부과권 부여를 통한 기본소득 기반 마련 등 기본소득 관련 화두를 수시로 던지고 있다.
김용 도 대변인은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기존 경기도와 다른 새로운 경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서 “내년 도 본예산이 확정될 즈음에는 더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새로운 경기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ㆍ여승구기자
*이재명호 100일간의 발자취
1. 태풍 대비 위해 취임식 생략 속 이재명호 출항 (7월 1일)
2. 기억교실 찾아 “세월호, 잊지 않겠다” 다짐 (7월 4일)
3. 첫 월례조회에서 ‘억강부약’ 강조 및 전 직원에 명찰 패용 조치 (7월 5일)
4. “새로운 경기의 실체는 예측 가능한 경기도” 본보와 인터뷰 통해 밝혀 (7월 6일)
5. ‘미세먼지 퇴출’ 의기투합…수도권 광역단체장 간담회 (7월 6일)
6. 평화협력시대의 적임자, 이화영 부지사 취임 (7월 10일)
7. 공항버스 한정면허 회복, 경기교통공사 설립 등 대중교통생태계 전환 플랜 발표 (7월 10일)
8. 수도권 교통 문제 해소 다짐…수도권 광역단체장 업무협약 (7월 17일)
9. ‘나라다운 나라, 앞서가는 경기도’를 위한 5대 도정 원칙 제시…도의회 연설 (7월 17일)
10. 시·군 협치 및 경기도형 일자리 시동…시장ㆍ군수 간담회 (7월 24일)
11. 민선 7기 슬로건, ‘새로운 경기’로 결정…인수위 활동 종합보고회 (7월 24일)
12. ‘조폭 유착 의혹’ 정면돌파…기자회견 통해 검찰 수사 요구 (7월 25일)
13. ‘제2의 메르스 사태’는 없다…긴급 대비책 지시 (7월 31일)
14.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진…SNS에 관련 구상 밝혀 (8월 4일)
15. 감찰정국 본격화…감사관, 8건의 불법의혹 행정 감사 돌입 (8월 13일)
16. 평화ㆍ공정ㆍ안전 등 키워드에 맞춘 조직개편안 발표 (8월 14일)
17. 동북부 균형발전에 3천700억 쏜다…첫 추경안 발표 (8월 16일)
18. ‘불법 고금리 사채업체’와의 전면전 선언…라이브 방송 진행 (8월 17일)
19. 장기적 관점에서의 분도 필요성 언급…첫 도의회 도정질의 (8월 29일)
20. ‘경기도형 일자리’ 창출 방안, 문재인 대통령에 전달…시도지사 간담회 참석 (8월 30일)
21. ‘기본소득 시대’ 임박…기본소득위원회 설치안 입법예고 (8월 30일)
22. 공공건설공사(10억 원 이상) 원가 공개 및 경기도 어린이집 관리시스템 시행 (9월 1일)
23. 자율주행 시대 활짝…자율주행차 일반도로 주행 (9월 4일)
24. 외국인 불법고용 뿌리뽑기 본격화…단속강화 등 대책 마련 (9월 8일)
25. ‘집값 잡기’ 위해 국토보유세 꺼내들어…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9월 11일)
26.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호 공급하기로…이화영 부지사, 기자회견 (9월 20일)
27. 경기도 첫 조직개편 실시, 내년 본예산 작업 돌입 (10월 1일)
28.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시범 운영 (10월 1일)
29. 남북교류사업 진행 위해 이화영 부지사 방북(10월 4일)
30. 취임 100일 (10월 8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