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1위라는 순위도 수치스럽지만 그 원인이 노인의 건강문제로 인한 우울감과 경제적 빈곤인데, 이는 후진국형 자살원인이다.
새 정부 들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충과 예산증액 등을 통해 보충적 소득보장으로 노인들의 후진국형 자살 유형을 막아내려고 공적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도 홀몸노인들에 대해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정서적 지원을 통한 고독사 방지 서비스와 대책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러한 노인자살 방지대책들도 중요하겠지만 노인들만의 자조모임을 통한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화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노인복지 선진국인 프랑스는 지자체마다 노인클럽을 활성화해 사회적 단절 해소와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프랑스 노인들의 80% 정도는 보통 1가지 이상의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별 노인복지센터에선 여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1975년 지역사회 노인 보호 원칙의 일환으로 개발된 고령자 클럽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보통 친교 활동을 비롯해 여행·수영·당구·탁구 등 스포츠 활동, 영화 감상, 전문 기술 습득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처럼 여가 및 문화 활동에 적극적인 프랑스 노인들을 돕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선 버스, 항공여행 등의 할인혜택과 무료이용 등의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르의 설문조사 결과, 은퇴자 10명 가운데 7명이 본인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은퇴 후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이를 즐길 줄 아는 프랑스의 노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또한 60세 이상이 되면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들을 실시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자서전을 작성해 보기도 하고, 유서를 쓰고 장례식 준비도 하면서 묏자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알게 되고 친해진 친구들은 서로의 무덤 곁에 묻히기를 희망하며, 서로 무덤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자조모임이나 클럽활동이 노인의 여생에 대한 임종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추억해보며, 장례식 초대장을 만들면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사람들을 상기하기도 한다.
추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웰-다잉 프로그램의 참 의미다. 웰-다잉은 남은 생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웰-다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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