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핵문제 직접 당사자는 미국이 아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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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안방군수’ 역할을 자처해 오던 북한 최고지도자의 해외방문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으로 보였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정상 간의 3차례 회담, 그리고 북미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정상국가에서의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반도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질서는 우리로 하여금 보다 세련되고 입체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의 현안인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복잡 미묘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핵협상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낙관적 희망과 기대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많은 요인들이 산재(散在)해 있다.

 

우선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가 단지 미국과 북한 사이만의 문제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다 알아서 할 문제라는 듯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성과에 매몰되어 조급증마저 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얼마 전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강 외무장관이 ‘5·24 조치의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발언과 관련하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권침해 논란까지 일으키며 한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외교적 총 역량을 집중하여 중국, 러시아 등과 연대를 형성하며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제제재의 전선을 흩뜨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우리 정부는 북한 석탄 밀반입, 개성 연락사무소개설, 철도 연결 및 군사합의 등에서 미국정부와 이견을 축적해 왔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표출된 금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결례성 발언에 이은 국무부의 반박성명은 정부의 대북정책들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로써 한미공조에 대한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만약 일각의 우려대로 한미공조에 큰 균열이 생기고 양국 간에 불신이 더욱 가중되고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하는 대신에 북한이 기존의 핵전력을 묵인 받는 정치적 타협이라도 추진되어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도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급한 현안인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북한과 경제협력을 통해 북방경제시대를 열어 우리의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우리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부푼 꿈이자 전민족의 숙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북한은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북한이 40발 이상의 핵탄두와 운반수단인 1천여 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발 이상의 핵탄두를 양상하고 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바탕에서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의 기본방향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 없는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것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북한 핵문제의 제1의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의 심각성에 둔감(鈍感)한 순진한 민족주의야 말로 우리 앞에 놓인 제1의 안보의 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평화에 취할 때가 아니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냉철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생각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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