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北韓, 우리기업인들 양묘장에 초대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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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의 초나라는 동북 아시아를 거의 정복하고 마지막 남은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우리 고려를 닦달했다. 육전(陸戰)에는 강했지만 해전(海戰)에는 약했던 그들은 일본 침공에 고려군을 앞장 세웠다. 특히 1274년 몽고는 일본 정벌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고려로 하여금 900척의 배를 4개월 안에 건조할 것을 강요했다. 그 당시 900척이라는 선박건조는 고려가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특히 그 많은 목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전국의 산림이 훼손되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하여 그 해 10월3일, 고려군 8천명, 몽고군 2만500명 등 3만3천명의 여ㆍ몽 연합군이 일본정벌에 나섰으나 다카시마 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이 태풍이 나라를 지켰다고 일본은 ‘가미가제’(神風)라 하고 2차 대전 때 미국 전함에 날아가 자폭하는 특공대를 ‘가미가제’라 불렀다. 몽고는 일본 침공에 실패하고도 계속 배를 만드는 등 고려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이렇게 하여 산림이 벌거숭이가 된 고려는 국운이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성계에게 조선건국의 문을 열어주고 말았다.

 

통일 신라의 서울, 경주(서라벌)는 태평성대가 계속되면서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경주는 초가집이 하나도 없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도시였다. 모두가 기와집에 가정 연료는 숯이 주종을 이루었다. 경주에서 발굴된 숯 굽는 가마터가 20개나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숯 공급이 중요했던가를 말해 준다. 그 태평성대가 1000년 계속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산의 나무가 벌채되어 숯가마에 들어갔을까? 그래서 홍수가 발생하면 얼마나 많은 농지가 피해를 입고 식량 부족 등 문제를 일으켰을까? 결국 신라의 국력이 기울어져 나라가 분열되고 패망의 길로 간 것 역시 벌거숭이산으로 국토가 황폐된 것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외국의 경우, 로마제국의 멸망 역시 신라의 경주처럼 무절제한 벌채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9월,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때 우리의 기업인들이 대통령을 따라 북한에 다녀왔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맨 먼저 초대된 곳이 황해도에 있는 양묘장이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역시 북한의 다급한 문제가 이거였구나’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요즘 북한의 매체들이 가을 나무심기 계절을 맞으면서 연일 산림극화를 강조하는 것 역시 우리 기업인들을 양장으로 초대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 9월30일자 노동신문은 ‘당 일꾼들이 신발에 흙 묻히길 싫어한다’며 강한 어조로 산림극화 부진을 질책했다.

 

북한의 사막화 현상은 서울면적의 47배로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U.N.의 FAO는 북한의 산림황폐화가 사막화 현상으로 어어졌다고 경고했으며, 중국몽고에 이어 아시아에서 3위라는 비관적 견해를 밝히는 측도 있다.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부족사태도 결국 산림황폐의 가속화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이 이렇게 북한의 산림을 황폐화시켰는가?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소위 ‘주체농업’이라 하여 많은 산을 개간하여 홍수 때 토사로 하천을 범람시켰고 연료부족으로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빚어진 북한의 사막화는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실제 북한의 주적은 ‘사막화 현상’이다. 북한이 그것을 알기 시작한 것일까?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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