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한국GM을 우려하며

▲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했는데 대우그룹은 그룹 자체가 도산했다. 대우자동차는 재무구조가 건실했으나 모회사의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GM이 인수하면서 GM대우라는 회사명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GM대우라는 회사명이 한국GM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얼마 전 한국GM은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한국GM에서 분리하는 법인분할결정을 내리고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법인분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GM은 분리된 법인을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되 미국 본사의 디자인과 설계 회사와 연계시켜 운영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는 지난 5월 정부와 한국GM이 체결한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합의한 사항에는 8천억원의 예산은 지원하되 한국GM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역량 확대, 자동차 부품사 경쟁력 강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법인분리는 지난 5월 합의사항의 위반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법인분리에 대해 한국GM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법인분리가 한국GM의 한국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GM의 법인분리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진행 중인 한국GM의 조각내기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GM 본사는 군산공장의 폐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설립된 공장들도 수시로 폐쇄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한국GM의 법인분리결정은 단순히 한 회사의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부평의 생산공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미국 GM 본사가 요구하는 재정지원을 하도록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지원하게 된 것은 한국GM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경제 충격과 일자리의 안정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2004년 인천시가 한국GM이 요구하는 기술연구소 부지를 청라국제도시 내에 53만1천762㎡ 부지를 최대 50년간 무상임대라는 엄청난 특혜를 준 이유도 한국GM의 부평공장 유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결정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역사회는 노조가 우려하는 것처럼 법인분리를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 분리 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동의가 없다면 무상임대 부지를 회수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만큼 심각하게 보는 것이다.

 

결국, 충분한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은 노조의 파업투쟁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GM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국GM의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합의에 대한 존중 등이 무시된 것은 판매율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인의 제품 구매문화는 제품의 품질과 더불어 해당 업체의 좋은 이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한국GM의 법인분리 과정은 한국인들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지 못하다.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해서 합의한 끝에 정부가 지원해 주었으나 정부와 전혀 협의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법인분리를 통과시켰다. 이런 운영방식이라면 한국GM의 이미지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GM의 행위는 지역경제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