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길 먼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높이기 / 목표 40% 되더라도 OECD 하위권이다

한국의 국공립유치원ㆍ어린이집 취원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2016년 기준으로 3~5세 유아 교육단계 학생 중 국공립유치원과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율이 21.1%다. OECD 35개국 가운데 32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국가 평균은 66.9%이고, 주요 20개국(G20) 평균도 58.3%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OECD 교육지표 2018’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다.

체코(97.5%)ㆍ에스토니아(96.0%)ㆍ슬로베니아(95.5%)ㆍ스위스(95.1%) 등이 90% 대 중후반의 높은 취원율을 보였다. 유럽이 아닌 멕시코(85.7%)ㆍ이스라엘(63.0%)ㆍ미국(59.0%)도 50% 이상의 취원율을 나타냈다.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 중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ㆍ사우디아라비아ㆍ중국ㆍ인도 등이 한국보다 높다. 우리나라 국공립유치원ㆍ어린이집 수용 능력의 현주소다.

정부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가 일찌감치 선언돼 있다.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정국을 맞아 이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겠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애초 목표는 2022년이었다. 관건은 역시 돈이다. 내년까지 유치원 학급 1천 개를 늘려야 한다. 급한 대로, 돈이 덜 드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학급수를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사립유치원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시작했다. 이른바 공영형 사립유치원 증설 계획이다. 사립유치원의 운영비를 공립유치원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신 개방 이사를 선임하는 등 책무성을 강화한다. 역시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더구나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다. 이걸 공영으로 바꾸는 것이다. 웬만한 지원으로는 응하지 않는다.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할 현실에 놓여 있다.

모든 게 돈이다. 쉽지 않을 것이라 분석도 있다.

더 답답한 현실이 있다. 이렇게 해서 달성되는 목표가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취원율 40%를 2016년 분석표에 대입하면 25위권 수준이다. 여전히 헝가리,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못 미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제고의 목표가 뭐였나.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 제고였다. 그 출산율은 이미 OECD 꼴찌로 추락했다.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단계를 와 있는 것이다.

일부 사립 유치원들의 반발은 있다. 문을 닫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마도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사립유치원 비리 대책’으로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출산율 저하로 국가경쟁력ㆍ국가생존력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막겠다며 지난해만 24조 원을 쏟아 부었다. 국공립유치원 정책에는 겨우 2천억 원 썼다. 더 많이 써야 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는 목표치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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