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익훈씨(30)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출시한 ‘유니클로U 가디건’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하려 했지만 1분 만에 품절되고 말았다. 오프라인 매장도 마찬가지로, 줄 서서 캐리어까지 동원해 인기상품만 잔뜩 구매해 가는 사람들 때문에 사지 못했다. 결국 그는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4만9천900원짜리 가디건을 2만 원 비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했다.
#대학생 정현진씨(24·여)는 최근 영국 가수 애드시런의 내한 콘서트 예매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전 좌석이 매진된 것. A씨는 온라인 중고장터 등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판매가가 당초 정상가의 최소 2배에 달해 포기했다.
인기상품이나 한정상품 등 수요가 높은 물건을 무분별하게 대량 구매해서 곧바로 웃돈을 얹어 되팔아 수익을 얻는 ‘리셀러(Reseller)’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지 못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중고장터를 중심으로 전문 리셀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재판매 대상은 공연 티켓, 의류, 최근에는 전자제품이나 장난감까지 다양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활용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재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되팔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리셀러들끼리 가격 담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리셀러 중 일부는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화시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남들보다 빨리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일반 구매자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 오는 17일 예정된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 R석 티켓(12만 1천 원)은 온라인에서 2배가 넘는 3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공연 주최측은 부당티켓거래를 막고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여전히 리셀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작 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연락이 닿은 리셀러 A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리셀러 활동을 하는데, 이것 또한 노력으로 얻은 기회를 재테크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혹 되팔기에 실패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며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하는 정당한 경제활동으로 인식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영리 목적으로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은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의 역할”이라며 “‘되팔기’는 결국 다른 사람의 구매를 막는 등 윤리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 근절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구예리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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