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수자원은 1천323억㎥다. 기본적으로 빗물로 형성된 자연 상태의 물이다. 이 중에 생활에 사용되는 양은 372억㎥ 정도다. 28% 정도다. 나머지 72%의 물이 유실되고 있다. 이걸 모아 쓰자는 것이 ‘빗물 활용 정책’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가뭄의 유일하면서 경제적인 대책으로 이 빗물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어렵지 않다.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시설을 여러 곳에 설치하면 된다. 정책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따르면 된다.
정부도 이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2010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해당사업비의 70%까지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경기도 역시 입법적 조치를 취했다. 2012년 빗물관리시설 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관련 시설 설치를 원하는 시군 신청도 받았다. 2017년 15억 원의 예산까지 시군에 내려 보냈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이를 받아들일 시군의 의지가 더는 안 보인다.
올해는 빗물 이용시설 설치 지원 예산이 단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신청한 시군이 없었다. 올해도 신청한 시군이 없다. 내년 예산에도 책정 예산은 0원일 것이다. 2002년부터 설치된 빗물 이용 시설은 25개 시군에 469개소다. 정작 법안과 조례가 만들어진 2016년 이후는 한 건도 설치되지 않았다. 가뭄 피해가 계속되는 지역이 더 외면한다. 광주시는 한 곳도 없었고, 가평군은 1곳뿐이며, 안성시ㆍ화성시도 소극적이다.
결국, 시장 군수들의 무관심이다. 주요 정책으로 강조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로 정책 예고라고 할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빗물 이용에 관한 구상을 공약한 시장 군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표(票)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저런 복지에는 수십, 수백억씩 쓰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만성 가뭄을 해결할 빗물 사업에는 수백~수천만 원의 적은 돈도 인색한 것이다. 표 되는 사업이래도 이랬겠나.
시장 군수의 의지가 관건이다. 당장의 표는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국토를 보전하는 일이다. 재앙으로부터 미래를 구하는 일이다. 좀 더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 빗물 활용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한무영 교수가 있다. 서울대 공대 교수인 그는 흔히 ‘빗물 박사’라고 불린다. 그가 이런 주문을 했다. “우리(雨理) 대통령이 필요하다.” “하늘이 주신 빗물을 이용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雨理 시장ㆍ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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