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공사비 장기 체불… 파주 건설업체 경영난 부채질

30~40여곳, 2년간 발주 공사 100여건 100억원대 못받아
한전 “누적 적자 심각, 예산확보 어려움… 해결안 마련 노력”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선로포장공사의 선금 등 각종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장기 체불하면서 관련 시공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5일 한전과 대한전문건설협회 파주시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한전이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지회 회원사(포장분야)에 발주한 선로포장공사는 약 100여건(평균 1~3억여원대 공사), 총 15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파주시협의회측은 이 중 30~40여 업체들이 지난 10월 말 현재 한전으로부터 약 100억 원 정도의 선금, 기성금 및 준공 대금 등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 국가회계법 상 공사발주 후 선금은 청구일 14일 이내 최대 70%까지(20억 원 미만 공사는 50%), 기성 및 준공 대금은 청구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가 지급하는 것이 의무지만 한전은 이런 법령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발주한 ‘거암D/L 용량부족 선로확충공사 포장복구공사’를 4억8천여만 원에 수주한 파주 Y개발은 지난 6월 공사계약에 이어 7월 착공, 지난달 29일 준공일이었다. 하지만 선금은 고사하고 기성금 한푼 받지 못해 2차 협력사들의 장비 대금도 못주고 있는 형편이다. Y개발측은 “한전이 선금 요청을 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공정을 지연시켜 현재 포장복구공사가 잠정 중지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한전으로부터 ‘향산 1ㆍ3배스펌프장 1만2천KW 신규공사 포장복구’를 수주한 파주 S건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계약 후 45일간 공정을 마친 후 같은해 6월 공사가 완료됐으나 총 3억8천억 원의 공사비 중 1억3천만 원을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측이 2차례나 준공을 연기하면서 1년 넘게 준공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시공사들은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면 한전측이 예산이 없다며 무시한다. 체불이 1년을 넘긴 것도 있다”며 “2차 협력업체들로부터 체불대금을 해결해 달라고 빚독촉을 받고 있는데도 한전은 대책도 없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속이 터진다”고 하소연하며 채권발행 등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경기북부본부 관계자는 “시공사들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체 누적 적자가 워낙 심해 예산확보가 여의치 않다”며 “해결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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